목에 거는 360도 카메라… 밤에도 쓸수있어 보안-군용 수요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다함께 꿈꾸는 혁신성장]<3> 카메라 스타트업 ‘링크플로우’

링크플로우의 김용국 대표(앞줄 가운데)가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 사무실에서 자사의 360도 카메라 ‘FITT360’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링크플로우는 FITT360으로 일본, 미국, 필리핀 등 해외 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링크플로우의 김용국 대표(앞줄 가운데)가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 사무실에서 자사의 360도 카메라 ‘FITT360’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링크플로우는 FITT360으로 일본, 미국, 필리핀 등 해외 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5년을 다닌 회사를 나올 때엔 두려움이 컸다.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았던 회사를 떠나 이제는 모든 것을 스스로 개척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만들고 싶었던 제품이 있었다. 바로 어느 각도에서나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였다. 아직 그런 카메라를 만든 곳은 없었다. 그리고 결국 목에 거는 넥밴드 형태의 360도 카메라 ‘FITT(핏)360’을 개발해냈다. 1년 6개월 된 스타트업 ‘링크플로우(Linkflow)’의 김용국 대표(44) 얘기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스로 “360도를 한 번에 찍는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며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게 그의 인생을 바꿨다.

“미국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서 휴대전화, DSLR 카메라 등으로 산과 바다 사진을 찍었어요. 나중에 사진들을 보니 제가 받았던 감흥을 제대로 못 담고 있더라고요. ‘내가 느낀 경험을 모두 다 찍는 기기는 없을까’라고 생각한 게 FITT360을 개발한 계기가 됐습니다.”

FITT360은 목에 거는 형태라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촬영할 수 있다. 보안용으로 개발한 제품의 경우 총 4대의 카메라가 달려 영상을 찍고, 이를 자연스럽게 360도로 붙여주는 기술이 적용됐다. 카메라 위치에 따라 다른 빛의 양에 따라 스스로 노출을 조절하는 기술도 탑재됐다.

이런 형태의 카메라를 개발하기까지 링크플로우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엔 안경 모양의 카메라를 생각했다. 하지만 흔들림이 너무 심했다. 목에 거는 형태는 흔들림은 적지만 어깨나 턱도 같이 촬영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김 대표는 “그래서 너무 가까운 물체는 영상에서 찍히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초반부터 호평을 받았다. 2014년 5월 당시 그가 몸담았던 삼성전자 사내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등을 차지했다. 이듬해 5월에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Lab(Creative Lab)’에서 그의 아이디어가 선정됐고 2016년 10월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했다.

링크플로우가 자리 잡는 데에는 대기업 투자도 한몫했다. 분사 직후인 2016년 11월 삼성전자로부터 5억 원을 투자받았다. 또 당시 롯데그룹의 창업보육 전문법인인 ‘롯데액셀러레이터’가 만든 지원프로그램 ‘엘캠프(L-Camp)’에도 선정됐다. 그 덕분에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해 사업 기틀을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5억 원의 후속 투자를 받기도 했다. 올해 초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목표액 5만 달러를 넘는 21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김 대표가 개인적인 관심에서 개발에 나선 제품이었지만 FITT360은 보안·군사영역에서 수요가 높다. 김 대표는 “별빛 정도만 있는 캄캄한 밤에도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여태까지 없었던 제품이라 시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화질(UHD)인 4K(3840×2160)의 해상도에, 찍는 화면을 실시간 전송할 수도 있다. 주변을 경계해야 하는 군인이나 경찰, 보안 및 경호업체 등 기업 간 거래(B2B)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본 사설 경호업체 ‘도요테크’와 500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참가한 세계 최대 보안기기 전시회 ‘IFSEC 2017’에서 준비한 시제품(샘플) 전량을 팔기도 했다.

실제 제품은 올해 6월 말 B2B용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1대에 150만 원 정도인 제품 5000대를 팔아 올해 연매출 75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가상현실(VR) 시장이 크게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호재다. 소비자용 제품은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김 대표는 “안전을 염려하는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도 있고, 스키점프나 서핑경험을 콘텐츠로 제작할 수도 있다”며 “혁신적인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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