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김경수 논란]백원우 민정비서관, 드루킹도 직접 만나려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靑 “김경수 인사청탁 신고에 상황파악 차원… 이미 구속돼 불발”
‘드루킹 의혹’ 靑해명 논란
당초 “추천인사 만났는데 부적합”, 17일 “만난 시기 착오… 면접 아냐”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에 대한 의혹에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청와대가 연일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의원의 두 차례 기자회견에도 의혹이 계속되는 데다, 청와대가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김 씨의 접촉 시기나 경위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인상을 주고 있어서다.

청와대는 17일 김 씨가 주오사카 총영사로 인사 청탁한 A 변호사를 백 비서관이 청와대 연풍문 2층에서 만난 시기가 전날 밝힌 ‘3월 초’가 아니라 ‘3월 말’이라고 수정했다. 이유는 백 비서관 ‘기억의 착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는 A 변호사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올 3월 28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인사 추천이 있었으므로 만나자는 연락이 와 40분간 일본과 관련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다. 인사 검증에 동의하거나 별도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밝힌 직후다.

청와대는 백 비서관이 A 변호사를 만난 성격도 인사 검증 차원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전날과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 역시 A 변호사의 설명과 같다. “(김 의원으로부터) 신고가 와서 상황 파악을 위해 만난 것이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전날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생각해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일종의 ‘인사 검증’ 성격으로 볼 수 있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A 변호사의 해명에 맞춰 논란의 소지를 줄이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백 비서관이 ‘드루킹’의 반협박성 청탁을 2월 말 김 의원에게서 전달받고도 3월 말에야 A 변호사를 접촉한 점 △접촉 6일 전 드루킹이 경찰에 체포된 점에 대해서는 청와대 민정라인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김 의원에 대한 협박성 발언이 계속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서 김 씨를 구속한 게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백 비서관은 A 변호사를 먼저 만나보고 김 씨를 만나려 했다. 백 비서관은 김 씨가 구속된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백 비서관은 한 달이 지나서야 A 변호사를 접촉한 데 대해 “제가 게을러서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첫 해명 때인 14일 김 씨와의 관계에 대해 “대선 경선 전 문재인 후보를 온·오프라인으로 돕겠다고 찾아와 알게 됐는데, 무리한 부탁을 해서 거절했다”고 설명한 것도 의문이 남는다. 김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총선 당선 직후인 2016년 중반에 김 씨가 김 의원을 찾아와 알게 됐다고 했다. 또 김 의원이 2016년 가을 김 씨가 대표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불법 댓글 작업 추정 장소)를 방문했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김 씨에게 연결해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에 “두 사람이 단순한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 의원이 김 씨의 불법 댓글 활동을 몰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남아있다. 김 의원은 “(김 씨의 구속을 다룬) 이번 언론 보도로 김 씨의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처음 봤다. 자발적 지지 그룹이 많아 일일이 활동을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가 대선 캠프 안팎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닌 점 등을 비춰 볼 때 김 의원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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