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안전한 육아를 꿈꾸는 4세 딸아이의 아빠다. 어린 시절 부모님 곁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한 탓에 부모님과의 추억이 많지 않아 항상 아쉬웠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에서 아빠 육아에 대한 시선은 아직 곱지 못했고 정보도 부족했다. 고민만 할 뿐 실제 별로 한 게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100인의 아빠단’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아빠 육아를 시작했다. 인사 나누기부터 그림자놀이, 아이 취향 알기 등 20주간 매주 정해진 미션을 하면서 아이와 점차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내가 ‘아이에게 무엇인가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아이랑 놀이를 하면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내가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며, 단 1분이라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난 아이가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 놀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봤다. 처음에는 아이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나도 ‘과연 놀이가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니 아이 스스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놀기 시작했다. 많은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나도 충분히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아빠가 알려준 틀에 박힌 놀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아이와 일부러 많은 대화를 나눴다.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에는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일부러 아이 앞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말을 익히고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며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식사 후에는 블록 쌓기, 수건 꼬리잡기처럼 엄마랑 하기 어려운 동적인 활동을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는 시간이 줄었다. 지금은 가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는 게 전부다.
아빠 육아를 시작한 뒤 가장 달라진 건 아빠와 친밀감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엄마가 집에 없으면 불안해하던 아이가 지금은 아빠랑 스스럼없이 놀이를 하며 이야기도 나눈다. 요즘 지인들에게 ‘아빠 육아는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아빠 육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육아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며, 정부의 정책이 잘 뒷받침된다면 아빠 육아가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일과 가정의 양립도 가능하다. 아빠 육아가 당연해지는 그날까지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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