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상 개인으로 가장 ‘국위 선양’을 한 인물은 아마도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일 것이다. 겨울스포츠의 꽃이라는 피겨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었고 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상당 기간 김연아는 겨울스포츠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 영어 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 검색한 비율은 ‘강남스타일’로 스타가 된 싸이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런데 말춤으로 세계의 주목을 끈 싸이를 가볍게 넘어선 이들이 있으니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최근 아시아경기가 끝나고 운동선수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비교 대상이 된 방탄소년단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병역특례 대상이 되려면 ‘문화 창달과 국위 선양’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데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방탄소년단은 해당 사항이 없다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만만치 않다.
순수예술체육과 대중예술스포츠의 구분이 모호해졌는데 병역혜택은 순수 분야에만 계속 적용되고 있다. 또 운동선수 병역특례제도가 만들어진 1973년은 냉전 시기로 북한과 체제경쟁이 있던 상황이었고 모든 분야에서 북한보다 우세함을 증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운동선수는 아마추어였고,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프로는 없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 고액 연봉의 프로 선수들도 혜택을 받고 있다.
병역특례와 관련해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 등의 문서에서 연관어들을 살펴보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손흥민과 아시아경기 다음으로 많이 출현하는 단어는 ‘논란’이다. 그 외에도 ‘문제’, ‘전면재검토’, ‘형평’, ‘폐지’, ‘제도개선’, ‘특례엄격’, ‘폐지검토’, ‘비판’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입장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3월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때 운동선수 병역특례에 대한 찬반 조사에서는 무려 70.9%가 찬성했다. 반대가 없진 않았지만 우호적 기류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7월 병역특례 확대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찬성 47.6%, 반대 43.9%로 양쪽이 팽팽했다. 조사 기관과 질문 내용이 동일하지 않아 단순 비교해 단정할 순 없지만 국민의 인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병역특례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면 국위 선양이 국민 통합에도 기여하는 순기능이 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렇게 찬반 의견이 맞서게 되면 해당 제도가 역기능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고무줄 잣대로 이리저리 대상과 범위가 수정되어 운영되었고 일부 종목에서는 선발 과정에서도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역의무가 사회 고위층 집단과 예술체육 분야에서 엄격하게 이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현 운동선수 특례제도는 병역 불신과 정부 불신을 키울 수 있다.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제도 마련, 그리고 투명한 운영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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