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공화국엔 미래가 없다]“일자리 감소-유통업 침체 낳아”
佛, 대형 쇼핑몰 일요 영업 늘려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일찍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 규제에 나섰던 프랑스,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최근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주변 상권뿐만 아니라 유통산업 전반을 침체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대규모 유통 점포에 강한 규제를 해왔던 프랑스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도심 입점 점포의 허가 기준 면적을 3배 이상 늘리고 대규모 쇼핑몰의 일요일 영업 가능일도 연간 5일에서 12일로 완화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국제관광지구의 경우 아예 일요일 영업 제한을 폐지했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왔던 프랑스의 변화는 쇼핑몰 규제가 일자리 감소와 유통업 침체로 이어졌다는 판단에서다.
1974년 중소소매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소매점포법’을 도입했던 일본은 2000년 이를 폐지하고 ‘대점입지법’을 도입했다. 대점입지법은 점포 규모 등에 따라 규제를 했던 기존 법과 달리 교통, 소음 등 지역 주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규제를 하도록 했다. 교외 개발로 인해 도심이 침체될 것을 우려해 ‘중심시가지활성화법’도 별도로 개정했다.
영국은 대규모 점포가 입점할 때 향후 5년간의 수요 예측 조사를 하도록 한 규정을 2009년 폐지했다. 주말 영업 제한을 하는 곳이 일부 있지만 이마저도 골목상권 보호 측면이 아닌 종교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통해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상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실험했던 대형마트 규제가 주변 중소 상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통계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라면서 “규제는 오히려 관련 산업과 주변 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한쪽을 규제해 다른 한쪽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면서 “복합쇼핑몰의 1층에 지역 상인들을 입점시키는 외국 사례들을 참고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