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내부 고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와 시민단체로부터 잇달아 고발당할 위기에 처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무단으로 불출석했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은 국감에 불출석한 유 전 장관을 국회 차원에서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여야 간사 회동을 요청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전 장관 등 불출석 인사들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최초 가동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문체부 진상 조사에서 드러났다. 유 전 장관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으로, 조현재 전 차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보수 진영은 유 전 장관이 자신이 몸담았던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데 대해 ‘괘씸죄’를 두는 분위기다. 형사처벌을 받은 조윤선, 김종덕 전 장관과 달리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실행에 개입했는데도 내부고발자로 나서면서 책임을 회피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꾸려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보고서는 유 전 장관의 책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보고서에는 “유 전 장관이 2014년 1월 24일 ‘불법 단체와 좌편향 단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예산집행 전 과정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심사·관리를 철저히 당부했다”고 적혀 있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낼 때도 내부고발로 청와대 실세와 정면충돌을 한 바 있다. 그는 2006년 아리랑TV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 홍보수석실 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배를 째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드리지요‘라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이 지목한 외압 당사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관이다. 양 전 기획관은 당시 외압 의혹에 대해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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