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인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의를 갖습니다. 한 해 동안 계속된 미중 무역전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국제 금융시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일부 들어주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중관계는 무역전쟁보다 더 큰 차원의 전략적 경쟁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떠오르는 중국과 그것을 막으려는 미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국제정치학에 귀를 대고 시리즈 진단을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달라진 미국의 대외정책부터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제사회는 냉전 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해 온 미국의 대외정책 대전략(Grand Strategy)이 변화하는 과정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메사추세츠공대(MIT) 베리 포센 교수는 올해 2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것이 ‘자유주의적 헤게모니(liberal hegemony)’에서 ‘비자유주의적 헤게모니(illiberal hegemony)’로의 전환이라고 갈파했습니다. 그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서 미국 대외정책의 전형인 ‘패권-동맹주의’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자제론자로 분류됩니다.
그는 기고에서 “2016년 대선에서 많은 이들이 트럼프 후보의 대외정책을 고립주의적이라고 우려했지만 실제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개입주의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패권주의적(hegemonic)이며 이는 이전 행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국제정치의 패권국가를 일컫는 헤제몬(hegemon)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버락 오바마까지 이전 미국 행정부들이 군사력과 외교력 등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미국의 자유주의적 가치를 전세계에 투사하기 위해 다자주의적 접근방식을 취해왔다면 트럼프는 자유주의적 가치에 집착하지 않고 때로는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훼손하면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위해 일방주의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엔과 파리기후협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전임 행정부들이 주도한 다자기구에 의존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면서 기존 자유무역 협정을 대신해 일방적인 무역협상을 강요합니다. 취임 이후 다양한 분쟁에 무력으로 개입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면서도 동맹들에게 비용분담을 요구하고 있지요.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수입품에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대만과의 관계를 키워 중국이 신성시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 등에서 자유의 항행 작전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을 포위하는 듯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역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이동선 고려대 교수도 냉전 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이라는 지위가 점차 약해지는 미국이 ‘해외 지도력(offshore leadership)’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상대적인 경제력 약화에도 미국은 강한 군사력과 세계를 지도하려는 의지(will to lead)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군력과 공군력 등 군사력의 우위와 강한 동맹체재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도 마찬가지로 과연 이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래에 맡기고 있습니다.
포센 교수는 일단 버락 오바마 행정부까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행정부가 유지해 온 자유주의적 헤게모니가 실패했다고 진단합니다. 즉,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의 자유주의적 가치를 전세계에 이식한다는 목표에 미달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유주의적 헤게모니가 성공할지, 즉 성격의 차이를 넘어 미국이 계속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에 비해 자신의 힘을 자제(restraint)하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실제 정책에서의 자제 사례로 중국을 상대로 한 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제해권을 통제해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워싱턴의 접근을 막는 것을 방지하고 중국의 공포를 인정해 그것을 미국의 군사력으로 봉쇄하는 대신, 역내 동맹들이 지금보다 더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패권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상대방인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요. 이어지는 시리즈 글에서는 포센 교수의 자제론과 유사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는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해외 균형(offshore balancing) 개념을 포함해 미중관계의 미래를 읽는데 유용한 여섯 가지 국제정치학의 개념을 소개하려 합니다. 결론을 대신하여 미중관계의 미래가 한반도의 현안인 북한 핵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한국과 중국 학자들과의 인터뷰 결과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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