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도입후 사고율 0%… 청년고용 4배로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5일 03시 00분


[中企 스마트공장 혁명]<2>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정공’

3일 경북 칠곡에 있는 화신정공 생산공장의 ‘다(多)관절 로봇’이 자동차 부품 재료를 옮기고 있다. 2015년 6월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생산성은 높아졌고, 사고는 제로(0)로 줄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3일 경북 칠곡에 있는 화신정공 생산공장의 ‘다(多)관절 로봇’이 자동차 부품 재료를 옮기고 있다. 2015년 6월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생산성은 높아졌고, 사고는 제로(0)로 줄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3일 경북 칠곡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화신정공’ 생산 공장. 사람 팔을 빼닮은 노란색 로봇들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도넛 모양의 둥근 쇳덩어리를 집어 들어 부품 모양의 형틀에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화신정공 김철우 전무는 이 로봇을 가리키며 ‘복덩이’라고 불렀다. 왜일까.

1981년에 설립된 화신정공은 자동차부품 중에서도 기어 등 정밀 부품을 주로 만든다. 직원들은 기어 부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게 5kg짜리 도넛 모양의 쇳덩이를 여러 차례 옮겨야 했다. 먼저 원재료 상태의 쇳덩이를 들고 공작기계에 옮겼다. 가공한 후에는 또다시 적재장 혹은 배송 트럭에 실었다. 기어 부품 하나를 만들려면 5kg 쇳덩이를 4번 정도 옮겨야 했다.

직원들은 하루 평균 약 300개의 기어 부품을 만든다. 5kg짜리 쇳덩이를 총 1200번 들고 다닌 것이다. 직원들의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6km 정도.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관절통과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 손목 보호대와 파스는 필수였다. 쇳덩이를 옮기다가 떨어뜨려 발을 다치거나, 부품을 가공하다가 날카로운 쇠 파편에 손과 팔이 베이는 일도 있다. 몸이 힘들고 부상 위험이 있다 보니 입사 후 2, 3개월 만에 퇴사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

김효근 화신정공 대표는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2015년 6월 그는 스마트공장 구축 결정을 내렸다. 8개 산업용 로봇을 주문 제작해 공장 곳곳에 배치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노동생산성이 20∼30% 높아졌고 불량률도 크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사고 빈도가 ‘제로(0)’로 떨어졌다. 김 전무는 “로봇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대신 하다 보니 직원이 다치는 일이 없어졌다. 근로 환경이 좋아지니 이직하는 사람이 줄게 됐고 자연히 근속연수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와 30대 초반 청년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예상치 못한 효과도 있었다. 현재 화신정공에는 직원이 135명 있는데, 생산 라인에만 약 90명의 근로자가 일한다. 이 중 청년 근로자는 12명. 로봇 도입 전 평균 2, 3명에 불과하던 청년 근로자들이 4배로 증가한 것이다. 김 전무는 “보통 말단 직원이 하던 단순 가공 업무를 로봇이 해주니까, 대부분 직원들은 생산과 품질, 기계 관리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배치됐다. 그랬더니 청년들의 입사 지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공장을 다녀봐도 청년들이 10명 이상 일하는 중소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덕분에 화신정공은 지난해 경상북도로부터 청년 고용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신정공은 최근 스마트공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하고 있다. MES는 생산과정에서 얻어지는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해 최적화된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근로자 안전을 높이고, 공장 작업 효율성을 더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공장 내 잠재적인 위험 요소까지 분석해서 근로자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작업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칠곡=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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