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필터 제조 중소기업 ‘쓰리에이씨’ 공장. 원통 모양으로 생긴 크고 작은 기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선반 위에 설치된 모니터와 필터를 번갈아 보며 품질검사를 했다. 공장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설립 당시 공장 모습은 크게 달랐다고 한다. 채성호 쓰리에이씨 부사장은 “초창기 직원들은 대체로 손으로 필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공장이 지저분했다”며 “수작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2017년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장 환경뿐 아니라 생산성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쓰리에이씨는 악취와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활성탄을 이용해 필터를 만들었다. 활성탄 활용에 대한 기술력이 높았기에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삼성전자 중국법인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다음 해에는 코웨이에 정수기용 필터를 납품했다. 2011년에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화성공장 옆에 설립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진행했다. 쓰리에이씨는 2013년 매출 104억 원, 직원 18명 규모가 됐다. 그 이후로도 매년 매출액과 직원이 늘어 2016년 매출 179억 원, 직원 55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회사 덩치가 커지자 직원들이 손을 이용해 필터를 꿰고 맞추는 형태로는 성장하기 힘들었다. 모든 공정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종합정보시스템도 없어 실시간 업무 파악이 힘들었다. 부서 간 업무 중복도 심각했다.
채 부사장은 “2016년 무렵 매출 정체가 시작됐다. 심각하게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쓰리에이씨는 정부가 추진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 정부는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삼성전자를 멘토로 지정해줬다.
삼성전자와 쓰리에이씨는 우선 ‘스마트공장 혁신팀’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지원 인력이 직접 화성공장으로 왔다. 공장 내 물류 이동 동선은 어떤지, 자동화 수준은 어떤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그 후 생산 자동화에 대한 노하우 전수가 시작됐다. 삼성전자 측은 종합정보시스템도 구축했다. 원료가 공장에 도착해 필터로 만들어진 뒤 납품업체로 떠나기까지 전 과정이 모니터 속에 기록됐다. 불량품이 나면 곧바로 알람이 울렸다. 과거에는 ‘감’으로 만들던 것을 이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특히 과거 일하던 방식에 익숙했던 직원들이 새 시스템에 거부감을 보였다. 첨단 설비를 옆에 두고서도 옛날 방식으로 필터를 만들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물류이동 동선이 체계화되면서 동일한 노동을 하더라도 하루 생산량이 더 늘었다. 공장 내부가 정돈되고 시스템화되면서 장시간 근무해도 피로도가 낮았다. 직원들이 차츰 스마트공장에 익숙해졌다.
오승은 쓰리에이씨 공장장은 “쓰리에이씨가 혼자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다 구축하려 했으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기업과 협력한 덕분에 노하우를 빠른 시간에 압축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성공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북 정읍시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는 데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성과는 좋았다. 기계화한 덕분에 제품 단가가 낮아져 대기업 납품 물량이 크게 늘었다. 직원도 더 뽑을 수 있게 됐다. 2017년 매출은 275억 원, 직원은 115명으로 한 해 전보다 대폭 개선됐다. 전북 정읍에 스마트공장을 완공하면서 올해 직원은 157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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