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주가에 현혹되지 않고… 변동성 잘 견뎌야 진짜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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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의 한 수]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상무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민수아 상무는 자신이 펀드매니저가 된 것은 ‘팔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를 2007년 출시 당시부터 맡아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 순자산 총액 기준 국내
 최대로 키워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민수아 상무는 자신이 펀드매니저가 된 것은 ‘팔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를 2007년 출시 당시부터 맡아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 순자산 총액 기준 국내 최대로 키워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서초구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본사에서 최근 만난 민수아 상무(48)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가 운용을 책임진 펀드가 아직 지난해 손실을 만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의외였다. 하지만 그의 ‘투자 내공’을 듣고 나니 이내 의문이 풀렸다. 시장 변동성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특히 심한 최근 상황에서 귀 기울일 만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서 2017년 1월 분사한 회사.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해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액티브펀드)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회사다. 현재 운용 자산 총액은 약 5조 원. 이 회사 대표 펀드 중 하나인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는 2007년 9월 설정 당시부터 민 상무가 직접 기획하고 운용해왔다. 이 펀드는 현재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같은 유형의 펀드 중에서 순자산(투자 원금+수익) 총액이 가장 크다.

○ “변동성을 잘 견뎌야 고수”

민 상무는 투자 고수의 개념부터 재정의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시장의 저점에서 매수해 고점에서 매도하는 사람을 고수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투자자는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神)도 모른다는 주식시장에서 이처럼 절묘한 매수 타이밍을 알아맞히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 상무는 “진정한 의미의 고수란 변동성 장세에서도 잘 버티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수는 가격을 좇아 투자하는 사람이라는 게 민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주가는 항상 오르내리기 때문에 하수들은 결코 좋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뒤 매수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공포감에 사로잡혀 매도해본 개미 투자자라면 공감할 만한 말이다.

그의 이런 지론은 실전 투자에서도 빛을 발했다. 꾸준히 수익을 올리던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가 2016년 15%의 손실을 기록했을 때였다. 이 펀드에 편입한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펀드 손실이 확대됐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투자자들에게 자신을 믿어달라면서 투자 확대를 권유했다. 그의 자신감을 믿은 투자자들은 이듬해 22%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보상받았다.

당시 그의 이런 확신은 자신의 투자 원칙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펀드 편입 기업들은 주가 하락에 상관없이 여전히 ‘좋은 기업’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가격 변동이 있을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한 것. 그는 “당시 가격 변동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기본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주식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서도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 편입 기업들의 본질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에서 가격 변동보다는 좋은 입지를 보고 매수해 장기 보유한 사람이 이기듯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좋은 자산’ 발굴이 관건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따른다. ‘좋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 상무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겨줌으로써 자산 증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업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담보할 자체적인 경쟁력이 있고, 이익 창출 능력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가격 변동으로 단기적으론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지만 10년을 갖고 있으면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펀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올해로 13년째 펀드를 운용하면서 이런 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고 자신했다.

현재 이 펀드에서 편입 비중 1, 2위를 차지하는 GS건설이나 포스코켐텍 등이 그가 말하는 ‘좋은 기업’의 대표 격이다. GS건설은 과거 해외 건설에서 입은 손실을 털어내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포스코켐텍은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2차전지에 삽입되는 음극제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회사여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민 상무는 “이 펀드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지켜봐 온 사람이 많은 탓인지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면 매수하고 수익률이 오르면 환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투자자들이 펀드의 투자 철학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근거”라고 말했다.

▼ “위축된 공모형 주식펀드, 수익률이 살길” ▼

민수아 상무는 자신이 펀드매니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순전히 ‘팔자’ 때문이라고 했다. 평소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 온 그로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그가 주식 투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LG그룹 공채시험에 합격해 당시 LG화재보험(현 KB손해보험) 투자팀에 발령받고 나서였다. 회사 자산을 주식과 채권 등으로 운용하는 팀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투자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투자의 거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 관한 책이나 증권 분석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과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 등의 책을 탐독했다. 신입사원 시절 합숙을 하면서 배웠던 재무회계 지식도 큰 도움이 됐다.

기업 분석은 실전에서 익혔다. 외환위기 이후 팀 내에서 리서치를 담당한 직원이 구조조정을 당하자 자신이 직접 투자 대상 회사를 탐방했다. 이런 기업 분석 작업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이때의 경험은 운용업계 인맥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본격적으로 투자 업무에 뛰어들고 싶어 2002년 한 투자자문 회사로 옮겼다가 2006년 삼성자산운용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액티브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로서 현재 공모형 주식형펀드 시장이 위축된 것에 큰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이 시장을 살리려면 투자자들에게 실제 수익을 안겨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가 손실을 기록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했을 때도 ‘나 혼자서라도 이 시장을 지키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멘토는 누구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액티브펀드 운용이 스트레스가 심한 일이지만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오면서 운용 철학에 대한 공감대가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나 자신이 흔들릴 때는 직원들이 힘을 주기도 한다”면서 “직원들이 서로 간에 멘토 멘티 구실을 한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삼성액티브자산운용#투자#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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