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최근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한국사회의 핵심 의제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언론 기사를 2003년부터 살펴보면 저출산 관련 기사량이 얼마나 큰 폭으로 증가해왔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한 달에 10건을 넘지 않았지만 지금은 월 400건이 넘을 정도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은 좀 달랐다. 15년 전 언론 기사에 나타난 저출산 연관어와 지금의 연관어를 비교해 보면 미묘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2003년에는 저출산과 관련해 ‘여성들’이 상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출산 파업’도 높은 비율로 저출산과 함께 거론되었다. 저출산의 기본 주체는 여성이고, 이를 여성의 문제로 바라보던 시각이 당시에 상당히 강했음을 보여준다. 지금도 저출산 관련 기사에 여성들이 함께 거론되지만 당시처럼 상위에 나오지는 않는다. 또 담당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자주 확인되었다. ‘이혼율’도 많이 나타났다. 이혼율 증가도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도시근로자 평균소득’도 높게 거론되었는데 경제적 관점으로 저출산 사안에 접근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해법으로 ‘출산장려정책’이 언급되고, ‘아동수당지급제’도 거론되었다. 그러나 아동수당은 당시 도입되지 못하고 최근에야 도입되었다.
2018년의 저출산 연관어를 살펴보면, ‘인구 감소’와 ‘인구 문제’가 상위에 나온다. 과거에는 저출산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인구 축소의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자체’가 보건복지부나 행정안전부보다 더 상위에 올라 있다. 저출산 문제가 중앙부처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단계를 넘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즉각 대응해야 하는 사안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또 ‘고령사회위원회’라는 별도 기구까지 필요한 긴급한 사안이 되었다. ‘인구 교육’ ‘환경 조성’ 등의 단어도 들어가 있다. 경제적 접근을 하던 과거와 달리 교육을 통해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인식을 바꾸고, 출산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두루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종합적 접근법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해법은 결혼, 임신, 출산, 양육 시기에 한정한 경우가 많다. 태어난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맞이해야 할 먼 미래도 저출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야를 더 넓혀야 한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보면 ‘내가 열심히 일하면 내 아이들의 계층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 응답이 2009년만 하더라도 50%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30%에 미치지 못한다. 힘들고 어두운 미래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극단적 본능이 저출산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저출산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공동체가 결국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믿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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