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작심하고 나온 듯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주최로 하반기 설치할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김 교수를 비롯해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박인현 한국교원총연합회 부회장,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최교진 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권·초당파적 합의에 따라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설치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당정청은 지난달 12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안을 상반기에 통과시켜 하반기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 나온 전문가들은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계의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송기창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를 방치하고 또다시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교육부 등 기존 조직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이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찬성한 전문가들도 위원 구성이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인현 교총 부회장은 “위원들은 정당에 참여한 적이 없도록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총 19명 중 절반 이상인 13명이 대통령과 국회에 의해 임명된다.
교육계의 ‘옥상옥’ 문제는 이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산하에 설치된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는 수시와 정시 비중을 조정하기 위해 3개월간 예산 20억 원을 투입했다. 시민참여단 490명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사실상 ‘현행 대입제도 유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미 혼란을 경험한 뒤였다. 애초에 교육부가 해야 할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로 미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교육을 생각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현재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지적에 대해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이 정치적이란 이야기에 대해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를 옭아매는 사랑은 집착에 불과하다. 정부와 여당이 교육 발전을 위해 도입하려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정작 교육계에서는 또 다른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말 사랑한다면 때론 놓아주는 용기도 필요한 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