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개선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작업 없이 확장적 재정에만 기대서는 내년부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 당일 국책연구기관이 재정 만능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셈이다.
KDI는 16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 보고서에서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는 2020년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1.7%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속도가 1.3%포인트 후퇴하는 셈이다.
KDI가 언급한 ‘경제 환경’은 규제, 금융제도, 노동환경 등을 말하는 것이다. K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규제를 개선해 기업과 재화가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몰리도록 유도하고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고용 창출과 생산성 향상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한 채 정부가 낮은 성장률의 원인을 경기 순환 탓으로만 돌릴 경우 재정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KDI 관계자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때 단기 부양을 목표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반복할 경우 재정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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