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 올라온 설문조사다. 작성자는 기획재정부로 돼 있었다. 설문 주체와 내용을 보면 2년 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현행 세제를 그대로 둘지 혹은 폐지할지 여론을 파악하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당초 12일 마감될 예정이던 이 설문은 11일 오후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참여자 326명 가운데 298명(91.4%)이 현행 세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뒤였다.
기재부 측은 “해당 홈페이지에 설문을 올리면 부처 업무평가 점수가 올라가는데 주무관급 담당자가 내부 보고 없이 글을 올렸다”며 “확인 뒤 바로 삭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비과세 혜택 폐지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도 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은 대다수 납세자에게 영향을 주는 핵심 부동산 세제다. 이런 중요한 정책에 관한 설문을 공개적으로 올린 것이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는 기재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이런 변명은 3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기재부 당국자는 “연설문을 작성하는 실무자가 원칙적인 차원에서 넣은 문구인데 논란이 돼 난감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모두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들을 누리꾼 주목도가 낮은 홈페이지에 덜렁 올리거나, 연설문에 슬쩍 끼워 넣고 나선 “실수였다” “별 뜻 없었다”고 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
일만 터지면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기재부의 태도도 문제다. 이미 올해 초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보고서에는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권고가 담긴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과세 혜택을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공제 등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실무자 한 명이 자의적으로 이런 설문을 올렸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올해 들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개혁) 단행 가능성이 거론되자 홍 부총리는 수차례 “논의한 적조차 없다”며 부인했다. 그럼에도 금값이 뛰는 등 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뒤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고 싶다면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부터 궁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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