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미국 GM과 KDB산업은행 등 주주, 한국 정부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재무적 성과를 위해 직원들의 동참과 지원이 절실하다.”
13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인천 부평공장 대회의실로 팀장급 이상 임직원 500여 명을 이례적으로 긴급 소집했다. 주주 및 한국 정부 등과의 약속을 지켜 한국GM을 흑자로 전환시키자고 당부하기 위해서다.
카젬 사장은 이날 파업과 임금 협상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휴가에서 복귀한 한국GM 노조는 12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등 투쟁 방침을 밝혔다. 한국GM 직원들을 비롯한 자동차업계에서는 카젬 사장의 이례적인 총소집에 대해 “파업에 발목 잡혀 경영 정상화에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노조에 사실상 읍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문에서 ‘향후 임금 인상은 회사의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되며,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상회하지 않는다는 걸 상호 인식한다’고 합의했다. 성과급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수익성 회복을 기초로 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는 불과 1년 전 합의한 이런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그만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은 기본급 5.65%(12만3526원) 인상에 통상임금(409만 원)의 250% 성과급 지급, 격려금 65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1.6% 수준에 그치는데 인상률 요구는 5%가 넘는다. 더욱이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한국GM 임직원 1만 명의 성과급과 격려금으로만 약 1670억 원이 나간다. 지난해 8000억 원의 적자가 난 회사의 노조 요구안이다.
노조는 2년마다 진행해야 하는 단체협약도 올해 다시 하자고 한다.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했기 때문에 올해는 협상 시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년 만 65세로 연장 △월 50L 상당 유류비 지원 △차량 구입 할인율 약 6% 인상(현재 할인율 15∼21%) △차량수리 혜택 할인율 약 10% 인상 △심야연장근무 미실시에 따른 임금감소분 전액 보전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집행부 역시 그들 스스로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임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 온 노조원을 의식해 일단 지르고 보는 협상용 카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세금까지 투입해 그들의 일자리를 지켜준 국민과 정부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이런 구태의연한 협상 방식으로 얼마간의 이익을 더 얻어내면 회사가 얼마나 더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할까.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10년간 정리해고를 금지하는 수단은 협상이 아니다. 차량이 한 대라도 더 팔려야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을 집행부가 노조원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도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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