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핀테크 스타트업 위캐시는 올해 33세인 즈정춘(支正春) 대표가 6년 전 베이징에서 창업했다. 금융기관 이용 실적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신용평가 방식이 아니라 고객들의 쇼핑 습관이나 통신 기록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신용을 평가한다. 1만 개가 넘는 데이터를 찾아 분석하고 신용도를 매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5분. 금융회사들은 위캐시의 이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 이력이 없는 이들도 신용도를 매겨 대출해 준다.
지금까지 약 3억2800만 달러(약 3957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평가액은 1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기업 가치가 1500억 달러에 달해 ‘골드만삭스를 뛰어넘었다’고 비유되는 알리페이(앤트파이낸셜)나 위챗페이 같은 거인들이 이끄는 중국 핀테크 업계에는 위캐시 같은 유니콘만 수십 개다. 이들은 ‘제2의 알리페이’를 꿈꾸며 경쟁한다.
20일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는 2017년 첫 발간 후 올해 3년째 나오는 한국 스타트업 산업의 분석 보고서다.
눈길을 끄는 건 투자액 기준 상위 100대 글로벌 스타트업 중 한국의 규제 환경에서도 가능한 사업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한 대목이다. 분석에 따르면 이들 중 13개 업체는 아예 한국에서 사업이 불가능했고, 18개는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했다. 2017년 조사 때는 불가능한 사업 모델이 13개, 제한적으로 가능한 사업이 44개였다. 불가능한 사업은 그대로지만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사업 수는 확연히 줄어 얼핏 규제가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분석을 쭉 담당한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했다. 딱히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 반려동물 돌보미 서비스(로버)와 같은 ‘생활 속 스타트업’이 가치를 인정받아 100위 안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위캐시는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는 기업’이다. 국내법에 이런 사업모델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디디추싱’과 ‘그랩’은 국내법상 자가용을 이용한 공유승차 서비스가 불가능해서, 가상화폐 이오스(EOS)를 만든 블록원은 가상화폐공개(ICO)가 금지돼 있어서 ‘사업할 수 없음’이다. 병원 예약 앱 ‘위닥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환자 알선이 금지된 의료법이 발목을 잡는다.
구 변호사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규제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법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했다. 이럴 수만 있다면 불가능 스타트업 13개도 리스트에서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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