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허점 노리는 키즈카페[현장에서/이소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6일 03시 00분


사무실로 신고한 키즈 카페 내부모습.
사무실로 신고한 키즈 카페 내부모습.
이소연 사회부 기자
이소연 사회부 기자
24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의 한 키즈카페. 면적 약 480m² 규모의 키즈카페 천장엔 다른 층과 달리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을 내뿜는 스프링클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건물 다른 층에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복도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키즈카페 주인은 “원래 천장에 스프링클러가 있었다. 하지만 필요 없다고 판단해 모두 뜯어냈다”고 말했다. 소방안전장비는 소화기 한 대가 전부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면적 100m² 이상의 음식점은 스프링클러 등 소방 관련 시설 기준을 갖춰 관할 소방서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면적 100m² 미만의 음식점은 이런 소방 관련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통상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되는 작은 음식점은 소방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이 키즈카페는 전체 면적 중 약 95m²만 음식점, 나머지 면적은 유원(어린이 놀이)시설로 구에 신고했다. 이 카페 주인은 기자에게 “잘 찾아보면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키즈카페 관련 사고는 2014년 45건에서 지난해 352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고가 늘자 정부는 지난해 9월 ‘키즈카페’로 등록된 2300개 업소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상당수 키즈카페들은 이런 점검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실제 면적이 100m² 이상이라도 일부만 휴게음식점으로 신고하고 나머지 공간은 일반 사무실 등으로 신고해 법의 망을 피한다.

이 때문에 키즈카페는 불법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구청 건축물대장에 사무실로 기재돼 있지만 건물 외벽에 버젓이 ‘키즈카페’라는 간판을 단 한 업소를 방문했다. 건물 내부엔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화재감지기 등 소방안전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조리기구 등을 사용하지 않는 사무실로 등록돼 소방안전 점검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이 업체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어린이 음료, 과자 등과 함께 팔고 있었다. 사무실로 신고하고 커피 등 식음료를 제조하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된다.

키즈카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오히려 불법을 부추긴다. 전국 규모의 한 키즈카페 프랜차이즈 대표에게 상담을 요구했더니 “휴게음식점으로 구에 신고하되 전체 면적 중 100m² 미만만 카페로 신고하라”고 말했다. 그는 “구에서 처음 허가받을 때 테이블 수를 줄여 신고하고 영업을 할 때 테이블을 더 늘리면 된다”며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즈카페는 신고에 따라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유원시설 등으로 업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내부 시설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6개 이상의 부처에서 관할한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막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우리 아이들을 안전장치가 없는 시설에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
#키즈카페#스프링클러#화재경보#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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