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부분의 사회적 이슈는 진보와 보수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시기에 따라 요동이 있지만 격차가 현저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좌와 우, 모두가 한목소리를 일관되게 내는 사안이 있다. 바로 일본에 대한 인식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일본 정부가 우리 국민의 분노를 야기한 이전 사건들은 독도 망언, 역사 부정,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이었다. 우리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여기에 더해 경제적 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실제적 피해까지 야기했으니 우리 국민들의 감정이 폭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온라인상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포함된 문서에서 연관어들을 살펴보았다. 상당히 강도 높은 반감 및 적극적 실천의 흐름이 읽힌다. 국민, 동참, 확산, 참여 등 시민들의 직접적 행동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상위에 올라 있다. 독립운동 단어의 빈도도 매우 높게 나타나는데 사람들이 이번 불매운동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행, 유니클로, 맥주, 노노재팬, 브랜드, 리스트, 아사히, 화장품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대상과 일본 제품 브랜드나 리스트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등도 연관어에 포함돼 있다. 그만큼 불매운동이 구체적임을 보여준다. 또 효과, 피해, 타격이라는 단어의 빈도도 높아 실제 일본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도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상위에 올라 있는 것은 단연 여행이다. 일본 여행이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일본 여행 가지 않기’가 불매운동의 상징이 됐다. 일본 주요 지역의 항공권 검색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표적 관광지역 관문인 후쿠오카와 오사카의 항공권을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는 비율을 살펴보면 겨울철 최고치와 비교하면 현재는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정 지역의 항공권 검색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곧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객 감소를 의미한다. 당장 현실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도쿄, 오사카, 오키나와, 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 관광지 4곳에서 사용된 우리나라 8개 카드사의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와 7월 마지막 주를 비교해 보면 18.8%나 감소했다. 불매운동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감편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일본 방문을 거부하고 일본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것은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래서 마른 풀 타버리듯 반짝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온돌의 온기처럼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지 물었는데 응답자의 79.2%가 ‘그렇다’고 답했다(KBS-한국리서치, 8월 13, 14일 조사). 국민 10명 중 8명이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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