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증은 ‘가려움증’-오심은 ‘구역질’… 환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3시 00분


[톡투 병문바]<8>환자가 알아듣기 쉬운 진료 용어

의사가 환자에게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쉬운 말로 자세하고 따뜻하게 설명하는 순간 의료진에 대한 신뢰는 더욱 커진다. 동영상 캡처
의사가 환자에게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쉬운 말로 자세하고 따뜻하게 설명하는 순간 의료진에 대한 신뢰는 더욱 커진다. 동영상 캡처
환자들이 병원에서 가장 불편하다고 느낄 때는 진료하는 의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도 잘 못 알아듣겠다고 토로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자신의 증상을 의사가 어려운 전문용어를 써가며 설명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전문용어는 비록 병원에서는 흔히 쓰고 있지만 말입니다.

이번 병문바(병원문화를 바꾸자)에서는 진료실에서 의사가 어떤 용어를 쓰는지에 따라 환자가 편안하거나 불편할 수 있는 사례를 다뤄봤습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분, 소양증 있으세요”라거나 청진한 뒤 “천명음이 들립니다. 일단 진해제를 2일치 처방해 드릴게요”라고 말했을 때 환자는 소양증(搔痒症·가려움증) 천명음(喘鳴音·숨차서 헐떡이는 소리) 진해제(鎭咳劑·기침 완화제)라는 말 사이에서 머리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환자들은 어려운 의학용어를 처음 듣게 되면 순간적으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진해제를 경남 진해의 벚꽃축제로, 오심(惡心·구역질)을 운동경기 심판의 잘못된 판정(오심·誤審)으로, 소양증은 키가 작아지는 병으로 알아듣습니다. 병력과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질문과 답변이 올바른 진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들은 하루에도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평소 쓰던 의학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단어와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해줄 수는 없을까요. 소양증은 “환자분 평소 몸이 가렵지는 않으세요”라고 묻고, 오심은 “속이 울렁거리거나 메스껍지는 않으세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천명음은 “청진을 해보니 숨을 쉬실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납니다”라고 하고 진해제는 “기침, 가래를 줄여주는 약 2일치를 처방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이죠.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환자경험관리팀 김병연 팀장은 “병원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한 말을 들으면 환자는 진료 과정이 어렵고 불안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수 있다”면서 “의사와 간호사가 더 쉽게 얘기한다면 환자는 평소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병원이 더 친숙하고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톡투 병문바#소양증#가려움증#구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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