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어른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호칭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권위적인 어른들을 비꼬는 시각에서 ‘꼰대’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오늘의 단어’ 코너에서 한국의 꼰대가 소개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꼰대라는 표현이 많이 알려졌지만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꼰대를 검색해보는 비율이 계속 높은 편이다. 아직 명확한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미 파악을 위해 검색해보는 것이다. 또 혹시 자신이 꼰대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꼰대들의 특성을 살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꼰대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상의 꼰대가 들어간 문서에서 연관어들을 살펴보았다. 주로 직장 상사나 선배들만 꼰대라고 불릴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꼰대라고 불리는 대상은 전방위적이다. 사장, 상사, 선배뿐 아니라 친구, 선생님, 어른, 남자, 교수, 기성세대, 손님 등도 높게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엄마, 아빠, 오빠, 여자, 부모 등에도 꼰대를 붙여 부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꼰대라는 단어가 짧은 기간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처, 문제, 힘들다, 어렵다 등의 단어가 주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대상이 누구이든지 간에 본인의 영역을 침해하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여지없이 꼰대로 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력, 공감, 대화, 소통 등의 단어도 연관어로 높게 나오는 편인데, 꼰대로 비치기 싫어 스스로 애쓰는 사람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실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꼰대는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한다’에 대한 공감도가 67%였다. 또 ‘꼰대는 강한 사람들에게 약하다’에 대해 67.8%, ‘꼰대는 후배나 부하직원들 앞에서만 강한 척한다’에 대해서는 70.6%가 공감을 표했다. ‘꼰대는 권위적이다’에 대해서는 무려 87%가 동의했다. ‘꼰대는 타인의 인생에 개입한다’에 대해서는 다른 항목보다는 낮았지만 그래도 49.7%가 공감을 표했다(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2018년 3월). 이런 인식을 종합해보면 꼰대의 의미가 얼마나 부정적인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영역에 관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뚜렷한 요즘 젊은 세대에게 선배라는 이름으로, 경험의 우위를 강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시대가 달라졌다. 단지 성 인지 감수성뿐 아니라 후배, 후임자, 젊은이에 대한 배려 감수성이 매우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다만 꼰대라는 딱지를 누구에게나 붙이는 사회적 경향은 아쉬운 면이 있다. 부모나 형제, 친구에게까지 꼰대라고 부르는 분위기는 정상적이지 않다. 사회 각 구성원들이 상호 간 이해를 높이려는 공통의 노력을 포기하고, 그저 부정적인 네이밍을 붙여버리면 벌어진 간극이 좁혀지기 어렵지 않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