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판매하는 ㈜메디포스트의 진혜진 연구부장(42)은 2003년 입사한 베테랑이자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 각종 의약품 연구개발(R&D)에 참여해온 진 부장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썼다. 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진 부장은 현재 회사의 R&D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봤다.
○ 유연근로제로 일과 육아 병행
메디포스트는 출산휴가(최장 3개월)와 육아휴직(아이 1명당 최장 1년)을 법정 한도까지 쓰도록 했다. 진 부장은 “우리 회사는 오래전부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쓰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끝나면 원직 복귀가 원칙이다. 다른 부서로 복귀하면 업무 적응에 힘이 들어서다.
여성 직원이 아이를 낳은 후에는 각종 유연근로제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 진 부장은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해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한다. 하루 8시간 근무는 지키되 가급적 일찍 퇴근해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메디포스트는 지난달 1일부터 30분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장기근속자에게 주어지는 안식휴가도 빼놓을 수 없다. 진 부장은 입사 10년에 받은 안식휴가 두 달간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입사 20년 때의 안식휴가 두 달은 때마침 초등학교에 입학할 첫아이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진 부장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성 임원들이 ‘1년은 짧은 시간이다. 업무보다는 출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주셔서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없앨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산팀에서 일하는 조대희 과장(35·여)도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2017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한 뒤에는 일종의 단축근무제인 시간선택제를 활용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조 과장은 오전 10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선택했다. 이 덕분에 조 과장은 아이를 오전 8시 반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성남으로 출근해서 퇴근 후에는 바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조 과장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전일제로 복귀할 생각”이라고 했다. 육아, 학업 등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그는 “팀장님과 팀원들이 배려해줘서 눈치 보지 않고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며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초과근로 줄고 집중도 향상
메디포스트는 워라밸 수준을 높이는 여러 제도를 운영하는 동시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집중근무시간제와 ‘111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매일 오전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인 집중근무시간에는 가급적 동료와의 잡담이나 흡연, 외출, 부서 내 자체 회의 등을 자제해야 한다. 111 캠페인은 회의를 할 때 1시간 전에 자료를 공유하고 1시간 이내로 회의하며 1시간 이내로 결과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구축해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재 등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메디포스트 직원들의 초과근로시간은 9.5% 감소했다. 직원 240명 중 3분의 1이 넘는 98명이 유연근로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디포스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무혁신 우수기업 최고등급(SS)으로 선정됐다. 근무혁신 우수기업으로 뽑히면 정기 근로감독 면제를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윤선 대표는 “나도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제도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수한 여성들이 결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서 다양한 제도들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현행 최장 3개월)을 연장하거나 일부 업무에만 국한된 재량근로제 도입 요건이 완화돼 유연근로제를 확대할 수 있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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