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포기한 공영방송 KBS[현장에서/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03시 00분


양승동 사장(왼쪽 두번째) 등이 참석한 2일
KBS 기자간담회. KBS 제공
양승동 사장(왼쪽 두번째) 등이 참석한 2일 KBS 기자간담회. KBS 제공
김정은
문화부 기자
김정은 문화부 기자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토론 프로그램이 아닌 비평 프로그램이다.”(김종명 KBS 보도본부장)

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양승동 KBS 사장 기자간담회. 친정부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패널 구성이 너무 편향적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양 사장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패널이 일방적으로 구성되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KBS를 비판하는 교수, 모 일간지 기자 출신 의원 등이 출연했지만 최근 들어 (보수 패널들이) 안 나오려고 한다고 들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원론적 답변이지만 패널의 일방적 구성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이다. 한데 이어진 김종명 보도본부장의 답변은 사뭇 달랐다. 그는 ‘저널리즘…’에 대해 “양쪽 주장을 균형 있게 전달해야 하는 토론 프로그램이 아닌 비평 프로그램”이라며 “균형보다는 그 이상의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맥락 있게 보여주는 역할을 언론이 하고 있느냐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비평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언론이 보여주지 못하는 ‘그 이상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1일 방영된 ‘저널리즘…’만 보더라도 ‘그 이상의 진실’은커녕 균형 잡힌 비평마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 보인다. 이날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다룬 언론의 보도를 짚었다. 패널로 출연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소미아가 몇 달 없다고 해서 대한민국 안보가 무너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도 “언론이 지소미아를 한일관계 대파국을 막는 협정인양 과대평가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런 일방적 주장을 밑바탕으로 다른 고정 출연자들과 패널의 ‘비평’이 이어졌고, 지소미아와 관련해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얘기까지 이어졌다.

비평을 제대로 하려면 근거가 되는 팩트가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저널리즘…’은 정의당 의원을 불러 그의 얘기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 방영분에서도 특정 성향의 미디어 단체 인사가 나와 그들만의 논리를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냈다.

이날 양 사장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KBS 수신료 분리징수 청원글에 20만 명이 동의한 것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주는 질책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비평 프로그램은 균형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 뒤에 숨어 균형과 공정성을 방기한다면 시청자들이 질책하는 건 당연하다. 보도본부장은 “프로그램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패널이 일방적으로 구성되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장의 말을 새겨듣길 바란다.

김정은 문화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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