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최근 이성호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실을 찾았다가 비서를 통해 이런 답변을 듣고 돌아왔다. 이 위원은 2017년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소속인 천경득 선임행정관의 추천을 받아 상임위원에 임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자는 이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의 금품수수 및 그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이 불거진 뒤 금융위엔 함구령이 내려진 분위기다. 사안을 알 법한 금융위의 행정인사과장이나 감사담당관은 기자가 전화하면 통화 연결음이 울리기 무섭게 끊기만 한다. 언론의 공식 채널인 대변인실조차 유 전 국장 말만 나오면 “아무런 말을 못 한다”고 답할 뿐이다. 언론뿐 아니라 국회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철벽을 치고 있다. 한 야권 보좌진은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려 해도 금융위 인사 및 감사 담당자들이 전화도 안 받고 자료를 못 준다고 버틴다”고 했다.
금융위는 언론의 취재 요청이 있을 때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입을 닫는다. 하지만 아무리 수사 중인 사안이라도 기초적인 사실 확인은커녕 기자를 일절 접촉하지 않겠다며 뒤로 숨어버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금융위는 약 2년 전 유 전 국장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처음 청와대 감찰을 받을 무렵에도 “몸이 아파 병가를 냈다”며 관련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기자들의 취재가 계속되자 당국자들은 “구체적인 병명이나 병원 이름은 확인해 줄 수 없다” “더 이상은 우리도 전혀 모른다”면서 둘러대기에 바빴다. 금융위의 최고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 자리가 한 달가량 공석인 초유의 상황이 터졌음에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수습하기보다는 어떻게 사건을 은폐할지에만 관심을 쏟았다. 이런 비정상적인 대응이 이어지니 금융계에선 “도대체 유재수가 얼마나 실세이기에 금융위가 이렇게 오버하느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금융위가 유 전 국장을 싸고돌수록 의혹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그와 여권 핵심 인사들이 금융위는 물론 금융권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는지, 전임 금융위원장은 무슨 빚을 졌기에 그를 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하는 무리수를 뒀는지 등 의문스러운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야권에선 “금융위가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이슈가 흐지부지될 것을 노리고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작정”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에 모든 인사를 투명하게 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징계를 엄격히 하라는 주문을 수시로 한다. 금융위는 그런 주문을 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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