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 한동안 고생을 했다. 눕거나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기침을 하면 찌릿한 통증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진료로 바쁘다 보니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주로 이용하는데, 바삐 오르내리다 보면 허리에 뜨끔뜨끔한 증상까지 나타났다. 아마 무거운 물건을 생각 없이 들고, 평소 자세도 바르지 않았던 탓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날 진료 준비를 하는데 허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엔 진료를 보기 전에 블록주사라 불리는 신경주사를 맞았다. 3개월 후 주사를 한 번 더 맞고 운동과 물리치료를 병행해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
신경주사는 스테로이드가 주성분이다. 스테로이드라는 말에 의아해할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 스테로이드 제제를 처방해 준다고 하면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있다. 한때 ‘뼈주사’라고 하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주사를 관절염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해 명의로 소문나 문전성시를 이뤘던 병원들이 있다. 이 주사는 통증을 억제하는 데 일시적으로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뼈주사는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하면 뼈가 삭는 무혈성 괴사 또는 전신 부작용으로 부신피질호르몬 결핍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신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낮아지고, 칼슘 소실로 골다공증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이처럼 스테로이드 주사는 잘만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대표적인 제제다. 그렇다고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 적절하게만 사용하면 효과도 좋다. 자주 맞았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필자가 맞았던 허리 신경주사 역시 스테로이드가 주요 성분이어서 너무 자주 맞으면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1년에 3, 4회 정도는 문제가 없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이처럼 적절한 시기에 단기적으로 사용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느 약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약을 얼마나 적절하게 잘 쓰느냐에 따라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남용하게 되면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소위 치료를 잘하는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맞게 적절한 처방과 치료행위를 하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의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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