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新목민심서-공직사회 뿌리부터 바꾸자]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공무원 말말말
“소신대로 못해 신문고에 민원 낸다”… “썩은 물 다 자르기 전엔 혁신 불가”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공무원 욕하고 ‘9급충’이라 하니 서럽다. 우리 월급에는 욕먹는 일도 포함돼 있어. 겨우 월급 170(만 원)에 욕도 감사히 먹어야 하나. 공무원은 조용히 다니는 게 제일….”
공무원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린 글들이다. 공무원을 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 대한 서운함, 자기 직업에 대한 자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은 9급 말단 공무원들이 고용안정성 하나만 바라면서 단순 반복 작업을 견디는 현실 때문에 ‘9급충’이라 조롱받는 동시에 ‘갓9급’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보람만 포기하면 이만 한 직업이 없다”는 말도 있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현직 은행원이 “5급 사무관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한 공무원은 “세종시 라이프, 박봉, 격무를 감당해야 하고 이전 세대만큼 고위공무원단 진입도 보장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공무원은 “빛 좋은 개살구임. 임용 전에나 장밋빛 미래였지 발령받으면 야근의 노예. 돈이라도 많이 주는 은행이 낫다”고 했다.
“중앙부처 사무관이면 소신껏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 결정할 자리까지 올라갈 때면 아이디어 낼 동력을 다 상실하는 듯하다”는 답이 달렸다. 한 공무원은 “사업을 소신 있게 추진하기는커녕 전임자가 하던 사업도 기획재정부 때문에 되는 게 없다”며 “난 그래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낸다”고 했다.
한 수습사무관이 부처 지망을 앞두고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 어디가 나으냐고 질의하자 선배 공무원들은 “당신은 ‘야망충’(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냐”며 “다 아니다. 그냥 처, 청, 위원회로 가라”고 했다. 일이 많은 부처보다는 외곽 부처에서 지내는 게 좋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한 것이다.
혁신이라는 화두에 대해 공무원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여겼다. 한 공무원은 “혁신? 푸웁! 썩은 물 다 자르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맨날 같은 사람이 꼭대기에 앉아서 똑같은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데 무슨 혁신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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