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증 밥값 결제” 혁신賞 준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일 03시 00분


[2020 新목민심서-공직사회 뿌리부터 바꾸자]
혁신안 내랬더니 민원사항 내… 부처간 정보 공유 제안은 탈락
국민 62% “공무원 무사안일”… 공무원은 “그렇다” 17% 그쳐

《정부는 지난해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취지다. 면책 조항까지 뒀다. 연말에 공직사회 개선 정도를 설문했다. 적극행정은 9개 분야 중 꼴찌였다. 정권마다 적극행정을 외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공무원들도 혁신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정치권이, 때로는 감사원이, 때로는 관치의 유산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공무원이 타성에 젖으면 민간은 규제에 질식당한다. 공무원이 신바람 나게 일하면 민간도 신바람 나게 전진한다. 공직사회가 뿌리부터 바뀌어야 한다. 혁신의 걸림돌도 뽑아내 줘야 한다. 동아일보가 ‘2020 新목민심서’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다. 》
A: ‘공무원 청원제’를 도입해 정책 현안을 적극 해결하자.

B: 공무원증에 결제 기능을 넣어 구내식당에서 쓰게 하자.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9, 10월 43개 정부 부처의 주니어 공무원에게 정부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하니 이런 제안들이 나왔다. 제안 A는 실무자의 권한 밖에 있는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 5000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하면 협의체를 구성해 해당 사안을 반드시 풀게 하자는 것.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 11월 상을 준 것은 식당 밥값 계산을 편리하게 하자는 제안 B였다.

부처 간 칸막이를 뛰어넘자는 ‘공무원 정보공유제도’, 부실 인수인계 문제를 풀려는 ‘인수인계법’도 모두 탈락했다. 수상권인 6위 안에 든 아이디어는 ‘출장 정산을 간소하게 하자’ 등 공무원 복지나 편의와 관련된 게 많았다.

공모전을 주관한 행안부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에 점수를 많이 줬다”고 했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없거나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공직 혁신을 원하는 국민과 공무원 간 인식의 괴리를 드러낸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62.1%가 ‘그렇다’고 답했다. 공무원들은 17.2%만 ‘그렇다’고 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이런 인식 차가 읽혔다. 한 공무원은 “‘권력 지향+서울대 경제학과’면 기획재정부에 가거나, 서울서 일하려면 금융위원회에 가라”고 했다. 중앙부처 대신 업무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처, 청, 위원회로 가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공직사회가 태생적으로 ‘갓(god)9급’(신이 내린 9급 공무원)에 안주하는 건 아니다. 행정연구원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원인을 묻자 ‘보상 미흡’ ‘일이 잘못되면 책임져야 해서’ ‘자율성 부족’ 순으로 나왔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혁신 아이디어마저 절차와 관행을 따지며 ‘귀찮은 업무’가 돼버리는 문화에서는 복지부동이 체질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임보미 기자
#공무원증#공직사회#민원사항#적극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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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추천 많은 댓글

  • 2020-01-01 08:07:28

    공무원을 움직이게 하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9시에 땡 출근, 윗도리 벗고 컴퓨터 켜고 커피 타서 홀짝대면 10시, 결재판 들고 계장 과장 등에게 몇번 왔다 갔다 하다가 11시 30분쯤 되면 점심 먹으러. 어슬렁대도 국가가 평생 신분보장, 왜 앞장 서냐고?

  • 2020-01-01 12:14:53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하고 너무 잘해도 질투 시기하기에 잘 해도 안되는 사회집단이다 . 해결방법은 공무원이 적어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그런데 정책은 거꾸로 간다. 표는 얻을 수 있겠지만 나라는 썩어지며 망해가고 있다.

  • 2020-01-01 13:03:35

    반미하면서도 지 자식 미국보내고, 강남 아파트사는 사람 흉보면서도 강남에 집 사놓고, 공무원 욕하면서도 공무원 서로 할려고 하고. 여기 들어와 공무원 욕하는 사람 모두 똑같은 욕구불만자들로 정신개조할 사라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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