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급적 지원하고 싶지만 현행법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숙박업은 기획재정부가 (주무로) 하는 부분이 아니어서 허용 검토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야죠.”(기재부 A 국장)
“물론 농촌민박 사업 모델이 수요층도 존재하고 벤처로서 성장해 갈 수 있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로 농어촌정비법이 걸려 있으니 농식품부가 판단할 문제예요.”(문체부 B 국장)
“농어촌 민박을 허용한 취지가 농가 부업소득 증대예요. 빈집에도 숙박을 허용하는 건 제도 취지에 어긋나고, 안전 문제도 생길 거예요. 민박업자 등 기존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요.”(농식품부 C 과장)
농어촌 빈집을 활용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다자요’는 2018년 4월에 처음 선을 보인 뒤 지금은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기존 제도로는 불법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신사업이 기존 규제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정부는 부처 간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부처 간 칸막이를 좀처럼 허물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자기 부처와 다른 부처를 부르는 방식인 ‘우리 회사’ ‘너희 회사’ 구분이 현실에서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자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에 대해 유관 부처 관계자들은 처음엔 “빈집 재생이라는 취지가 참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정부 “신사업 규제, 부처간 소통 통해 해결” 공염불 ▼
공유숙박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관계 부처 당국자들이 참석해 규제를 풀기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그러나 농어촌정비법을 주관하는 농식품부가 끝내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나서자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같이 입을 닫고 있다. ‘남의 회사’ 소관 업무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오랜 공직 관행이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우리 소관인 관광진흥법은 도시 지역 외국인 민박만 대상이고 농촌 민박과는 다른 문제라서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농촌 공유숙박이 관광산업 진흥과 연관된 문제인데도 주무 부처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손을 놓은 것이다. 이런 칸막이는 소관 규제가 곧 부처의 힘이 되는 한국 관료사회의 구조적 문제와도 닿아 있다.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사전 심의에 참가한 스타트업 기업인 D 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회의에 갔더니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그 부처 소관 이익단체 사람들이 함께 왔다”며 “이해당사자 설득을 나보고 하라고 하더라. 결국 험한 분위기에서 회의는 완전히 망쳤다”고 했다. 이익단체의 입김이 부처 칸막이를 더 공고히 하는 상황을 경험한 것이다. 그는 결국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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