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편법 중간 광고[현장에서/정성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4일 03시 00분


드라마 ‘스토브리그’ 포스터.
드라마 ‘스토브리그’ 포스터.
정성택 문화부 기자
정성택 문화부 기자
“광고를 보는 건지 드라마를 보는 건지…그냥 1시간짜리 광고만 본 것 같다.”

SBS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온라인 시청자 게시판에 1일 올라온 글이다. 최근 1시간짜리 이 드라마가 3부로 20분씩 쪼개서 편성된 뒤 이 같은 시청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시작된 이 드라마는 2부로 나눠 편성돼 있었으나 이후 시청률이 오르자 지난달 17일부터 3부로 편성하고 그 사이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현재 지상파 TV의 중간광고는 방송법 및 관련 시행령 등에 따라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멀쩡한 60분짜리 프로그램을 쪼갠 뒤 그 사이에 광고를 내보내는 편법을 동원해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런 광고를 프리미엄 광고(PCM)라고 이름 붙인 뒤 일반 광고의 단가보다 1.5∼2배 높은 광고료를 받고 있다. 스토브리그뿐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PCM 편성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간광고 규제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시간당 광고총량을 넘지 않으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PCM 규제에 손을 놓고 있다.

방통위가 이렇게 방치하는 사이 지상파 방송은 더욱 노골적으로 PCM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쪼개기로 인한 PCM 광고를 정상적인 중간광고보다 더 길게 내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원래 중간광고는 1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의 경우 총 2번의 중간광고가 가능하고 각 1분을 넘길 수 없다. 60분짜리 프로그램이면 한 번에 60초씩, 120초를 초과해선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방영된 스토브리그 12회에서 PCM은 총 150초 방송됐다. 중간광고 규정보다 30초가 많다. 1일 방영된 13회는 총 165초나 광고가 나갔다. 편법으로 중간광고보다 더 길게 광고하면서 규제는 피해 가고 있는 셈이다.

PCM으로 광고 수익을 늘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시청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PCM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은 “몰입감이 떨어진다”, “광고가 드라마를 망친다”, “이제 다음 편이 궁금하지 않다” 같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스토브리그 13회에서는 이세영 드림즈 구단 운영팀장(박은빈)과 어머니가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물 파문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어머니가 1970년대 전국적으로 쥐잡기 운동이 한창일 때의 일화를 들려준다. 학생들이 쥐를 잡은 뒤 쥐꼬리를 학교에 가져가면 연필을 보상해줬는데, 일부 학생들이 쥐꼬리 대신 오징어다리에 까만색을 칠해 쥐꼬리인 척 속여 제출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결국 보상이 없어졌다는 얘기였다. 이 장면은 “편법을 쓰면 (다 같이) 망한다”는 이 팀장 어머니의 대사로 마무리된다. PCM ‘편법’을 사용하는 드라마에서 편법을 비판하는 대사가 나온 셈이다. PCM 편법으로 지상파 방송사는 살찌겠지만 방송 광고 시장이 혼탁해지고 국민의 시청권은 외면당할 뿐이다.
 
정성택 문화부 기자 neone@donga.com
#지상파 중간 광고#프리미엄 광고#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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