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이 언론 인터뷰나 강연을 통해 자신의 사례를 소개할 때 성공의 배경이 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서 다시 일어선 이야기나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 위험을 안고 회사를 뛰쳐나가 새로운 일로 성공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처럼 자기만의 경험으로부터 찾아낸 메시지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이런 메시지는 성공 요인 전체를 요약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부분을 강조하고 단순화시킨다. 독자들이 이 부분을 성공 비결의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고 이를 자기 삶의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열정을 따르라’는 메시지다.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열정을 발견하고 따라가라고 한다. 정말 열정만 따라서 무언가를 시도하면 성공하는 것일까? 아니 성공의 가능성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기는 하는 것일까?
열정을 따랐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훨씬 더 많다. 우리가 TV에서 얼굴이라도 가끔 보는 가수들은 열정을 갖고 노래를 부르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몇 안 되는 소수의 성공 사례다. 열정을 갖고 연습생으로 출발하거나 데뷔를 했지만, 대중 무대에 제대로 서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성공한 사람의 비결 중 한 부분을 듣고 이를 따르게 되면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혹은 성공한 그 사람에게는 잘 맞았던 비결이 나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성공의 비결을 빅데이터 분석이나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해 보려는 시도가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이 이 칼럼에서도 소개했던 네트워크 이론가로 스타 과학자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의 ‘포뮬러’와 오늘 소개하려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모튼 한센의 ‘아웃퍼포머’다.
한센 교수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짐 콜린스와 9년간 ‘위대한 기업의 선택’을 쓰면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기업의 차이를 연구했다. 이후 그는 직장인의 성공과 실패를 만드는 차이도 연구하기로 결심하고는 직장인 5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한 뒤 책으로 정리했다. 그 내용 중 하나는 열정과 성과에 대한 것이다.
그가 과학적으로 찾아낸 결론은 이렇다. 열정만 좇아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열정을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과 일치시키는 것이 해답이다. 무슨 뜻일까? 열정이 있다는 것은 그 일만 생각해도 에너지가 올라가고 흥분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목적의식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다른 개인이나 조직, 사회에 가치를 주는 일을 할 때 갖게 된다. 열정은 세상이나 일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진다면, 목적의식은 내가 일을 통해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한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 두 가지를 일치시키는 직장인이 그렇지 않은 직장인에 비해 성과 순위에서 18%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 사이에서 자기 분야를 찾으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직장을 떠나 13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내게 누군가 망하지 않고 버티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면 아마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랬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센의 연구 결과를 읽으면서 한 가지 명확해진 것이 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었다면 나는 생활비를 벌기 힘들었을 것이고 이번 주로 정확히 만 4년이 된 이 칼럼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직장에서 관리자로 직원들의 성장에는 관심 없고 쓸모없는 회의만 하면서 직원들에게 득보다는 해를 끼치다가 퇴직한 사람과, 관리자로서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리더로서 성과를 만들고 나온 사람은 퇴직 이후의 보람이나 경제적 독립의 가능성도 다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내부에서 가치를 만들고 자신의 성장과 평판을 만드는 것이 내 미래를 위한 최고의 준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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