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2020 新목민심서-공직사회 뿌리부터 바꾸자]
‘숫자 채우기’ 내모는 부처 평가
공무원들이 정책의 실제 효과보다 ‘숫자 채우기’ 식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정부의 업무 성과 평가 제도가 애초에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각 부처가 만들어내는 숫자에 따라 평가 결과가 상당 부분 좌우된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부처의 업무 성과를 △일자리·국정과제 △규제혁신 △정부혁신 △정책소통 △지시이행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일자리와 국정과제, 규제혁신은 국무조정실이, 정부혁신은 행정안전부가, 정책소통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평가한다. 결과에 따라 각 부처를 S등급부터 D등급으로 나눠 우수 부처에는 포상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다. 정부는 계획(10점), 성과지표(60점), 체감도(30점)로 나눠 총 100점 만점으로 부처를 평가한다. 이 중에서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성과지표는 취업률, 일자리 숫자처럼 계량화해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뜻한다.
업무 평가가 수치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민간에서는 규제 개혁 등 정책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쓴소리를 자주 한다. 예를 들어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정부 업무 평가에서 “혁신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함께 잘사는 경제 토대를 만들었다”며 규제 샌드박스, 공유숙박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간에서는 “정부는 규제 개혁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데, 정작 기업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숫자를 채우기 위해 쉬운 규제만 해결하고, 민감하고 갈등이 첨예한 큰 규제는 회피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정책소통’과 같이 국민들의 체감도가 중요한 분야도 숫자로 계량화해 평가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장관이나 차관의 현장방문 횟수가 정책소통 평가의 중요한 항목으로 쓰이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앞으로는 업무 평가 방식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현재 성과지표와 체감도의 배점이 60 대 30인데 이를 올해부터 50 대 40으로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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