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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부터 방진마스크, 군대에서 사격할 때 사용한 적 있는 주황색 귀마개까지 우리 일상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사용하거나 본 적 있는 ‘3M’ 제품이다. 포스트잇이나 스카치테이프는 3M의 고유 상표명이지만 사람들은 3M 제품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제품을 말할 때 일반명사처럼 사용한다. 오래 전부터 3M은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브랜드였던 셈이다.
일상에 스며든 3M 접착 기술… 포스트잇부터 건축·전기차 배터리까지
워낙 친숙하고 일상에 녹아들어서인지 실제로 3M이라는 기업 본질에 대해서는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른다. 대부분 문구나 일상용품 기업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3M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일상용품보다 더 가깝고 다양하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상용품은 물론 건축물과 자동차,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전자장치나 부품, 반도체, 치과 등 병원에서 진료 받을 때 쓰이는 의료기기,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까지 우리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사물이 모두 3M의 사업이라고 보면 될 정도다. 세부적으로는 사물과 사물 또는 제품과 제품을 ‘접착’하거나 ‘부착’하는 분야가 3M의 영역이다.
지난 1902년 광물 및 금속 연마재 생산을 위해 광산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3M은 이후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하는 방수 샌드페이퍼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회사 이름은 ‘미네소타 마이닝&매뉴팩처링(Minnesota Mining & Manufacturing)’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증시 종목코드도 3개의 M으로 이뤄진 ‘MMM’이라고 한다. 접착 관련 사업이 본격화된 시기는 1925년경 스카치테이프의 기원이 되는 마스킹테이프를 개발하면서다. 박스포장용 셀로판테이프를 시작으로 이를 응용해 수백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테이프 제품을 선보였다. 세계대전 당시에는 방위산업용 소재들을 생산하고 이후에는 고속도로용 반사시트, 얇은 필름이 들어가는 플로피디스크와 비디오테이프, 인쇄용 필름 등 혁신적인 제품을 쏟아냈다. 셀로판 테이프 개발을 기점으로 제품 성능을 개선하고 다변화하면서 기술 진보가 이뤄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부착한 테이프를 제거하는 기술을 고안하면서 포스트잇을 비롯해 자국이 남지 않는 테이프나 접착 자국을 없애는 물질 등 다양한 파생 제품들이 개발되고 생산됐다. 다른 분야 예시로는 플로피디스크나 비디오테이프를 생산하면서 확보한 필름 제조 기술을 발전시켜 산업용 필름 분야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뭇가지처럼 개발·생산 제품을 늘린 결과 3M은 현재 5만5000여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업 카테고리를 51종으로 이뤄진 주기율표처럼 정리해 관리한다. 옆자리 다른 부서나 팀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다. 전 세계 57개 국가에서 110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직원 수는 총 6만3000여명, 특허 수는 13만개 이상이라고 한다. 글로벌 매출 규모는 작년 기준 약 44조6610억 원. 이중 한국3M은 매출 1조6465억 원을 담당했다.
한국3M은 지난 1977년 9월 미국 3M과 두산그룹이 합작해 설립됐다. 이후 1996년 미국 3M이 두산그룹이 보유한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한국3M은 완전 자회사가 됐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고 본사를 비롯해 총 6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동탄에는 연구·개발조직인 기술연구소가 있다. 공장은 화성과 나주 2곳을 운영 중이다. 평택과 부산에는 물류센터가 있다. 직원 수는 약 1300명(2024년 4월 기준)이다.
20년 전부터 환경·사람 친화 기술 주목한 3M
우리 일상과 밀접한 3M의 진면목을 확인해보기 위해 이번에 동탄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한국3M은 동탄 ‘고객’기술연구소(CTC, Customer Technical Center)라고 부른다. 정확하게는 ‘고객사’기술연구소라는 의미가 더 적합해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 3M은 포스트잇이나 마스크 등을 취급하는 소비재 기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일상용품 등 소비재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 수준이라고 한다. 대부분 매출은 산업 및 안전설비 분야와 최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IT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나온다.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는 B2B 기업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참고로 국내 대표적인 첨단소재 기업인 LG화학 신학철 부회장도 한국3M 출신으로 알려졌다. 한국3M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미국 본사를 거쳐 부회장까지 오르고 2018년 LG화학 신임 CEO로 이동했다고 한다.
특히 연구소 내에 각종 3M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 중인데 이공계 학생이나 산업 관계자에게는 테마파크로 여겨질 정도로 흥미롭고 신기한 제품이나 장비들이 많다. 아쉽게도 일반 소비자 고객은 방문이 불가하다. 고객사 관계자들이 3M 제품과 기술력을 확인하는 업무적인 공간 성격이 강하다. 곳곳에 위치한 회의실 이름을 세종이나 이순신, 장영실 등 한국의 위인들로 설정해둔 점도 인상적이다. 일반 소비자 방문이 어려운 공간을 소개하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기업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번 ‘동아리’에서 한국3M 기술연구소를 다뤄봤다. 한국3M은 이번 연구소 방문에 맞춰 ‘3M 지속가능한 접착 솔루션 테크 브리핑’을 진행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이제 모든 기업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흔한 용어가 됐다. 산업 관점에서 간단하게 말하면 자연과 인간에게 무해한 제품이나 공정을 구현한다는 취지다. 또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해 모두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성정했다. 지속가능성 달성 성과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한국3M과 3M의 경우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전인 약 20년 전부터 지속가능성을 사업 프로세스에 접목해온 기업으로 눈길을 끈다. 이는 기존에 만든 제품을 기반으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기능을 개선한 파생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성장을 이어온 기업 체질의 연속으로 볼 수 있다. 가령 파생제품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경쟁력을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이나 장치를 추가하고 여기에 조금 더 안전한 제품으로 만들어 근로자들이 건강에 대한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이다. 고객사 니즈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궁극적으로 제품을 직접 다루는 근로자나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장기적인 실적과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우친 모습이다.
3M은 지속가능한 접착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4가지 단계별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먼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과 할로겐(Halogen) 등 유해물질을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성분은 산업계에서 종종 사용되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물질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냄새저감 및 비인화성 구조용 아크릴 접착제(DP8600, DP8700시리즈)와 로우할로겐 구조용 에폭시 접착제(DP420LH), 그린가드 인증 수성·유성 접착제(FB49, 94CA) 등이 있다. 다음으로는 일상에서 흔한 플라스틱 등 화석연료 기반 물질 사용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최근 화석연료 기반 독성물질로 공장 화재 유출 등으로 부각된 솔벤트 등이 있는데 3M은 30년 전부터 솔벤트 프리 소재로 만든 테이프를 개발해 생산해왔다고 한다. 실제로 테이프나 접착제 등 제품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어 오랜 시간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국3M 측은 설명했다.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량 최소화도 지속가능한 접착 솔루션에 포함된다. 인쇄형 점착제(SP7202)와 기밀방수 테이프, 수용성(Repulpable) 양면 스플라이싱 테이프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3M이 판매 중인 VHB 압출형 테이프와 듀얼락은 자원 재활용과 재사용, 수리가능성 등을 고려해 개발한 제품이다. 듀얼락은 흔히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 제품이다. 의류 손목 등에 있는 벨크로를 떠올릴 수 있는데 사용 방식은 비슷하지만 부착했을 때의 강도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다. 인장강도가 5배가량 높다고 한다. 한 번 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무거운 제품을 벽에 걸거나 고정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고 1000회가량 개폐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4단계 지속가능한 접착 솔루션을 기반으로 3M은 고객사의 소재 사용부터 폐기물 저감까지 관여해 자사뿐 아니라 고객사의 지속가능성까지 실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3M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각 단계별 지속가능성 수준을 점수로 수치화해 개발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사업성이 우수한 제품이라도 지속가능성 점수가 낮으면 해당 프로젝트는 폐기되는 것이다.
원가절감이 더 중요한 한국 기업들… “지속가능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바뀌어야”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한계점도 있다. 이하영 한국3M 산업용 테이프·접착제사업부 애플리케이션엔지니어 팀장은 “여러 업체와 만나서 3M이라고 소개하면 일단 품질에 대해서는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을 자주 들었고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3M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여겨진다”며 “의도적인 프리미엄 전략이 아니지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기본적으로 제품 단가가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기존 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어려운 일이다”며 “자연스럽게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대부분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고객사들이 지속가능성을 수용할 형편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3M이 제품 입찰에서 수주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해외의 경우 유럽과 미국은 제품에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제품 자체 단가가 높더라도 지속가능성 요소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때문에 성과가 가시화되기 용이한 것이다. 반면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는 가격만 보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한다. 홍보 영역에서는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막상 해당 기업 구매팀 등과 사업을 논의할 때 원가절감에만 중점을 두기 때문에 3M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전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결국 일반 소비자 인식의 전환이라고 이하영 팀장은 강조했다. 인체와 자연에 무해한 제품을 선호하는 인식이 확산돼 사람들이 전자기기나 배터리, 자동차 등을 구입할 때 지속가능성 점수가 낮은 제품을 기피하게 되면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제품 생산 및 제조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공대생 테마파크 ‘3M 동탄 기술연구소’… 테이프로 조립한 킥보드·배터리 단열 버블 눈길
한국3M 동탄 고객기술연구소 내 전시관은 총 8개 부스로 구성됐다. 3M의 ‘근본’ 핵심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부스(Technology Area)은 연마와 부직포, 필터, 미세복제 등 4가지 영역으로 이뤄졌고 직접 제품과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간단하게 일반적인 폼형 테이프와 3M VHB 테이프 제품을 비교할 수 샘플이 제공된다. 폼형 테이프는 손으로 쉽게 찢어졌지만 3M VHB 테이프는 온힘을 다해도 갈라지거나 찢어지지 않았다. 손가락 크기 테이프인데 사람의 힘으로는 떼어낼 수 없는 강도를 가진다고 한다. 유해물질 사용을 최소화해 개발한 제품으로 제품에서 냄새도 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접착 제품이면서 일반 제품보다 성능을 크게 높인 사례로도 꼽을 수 있다. 볼트나 너트 등을 체결하지 않고 오로지 3M VHB 테이프만 사용해 조립한 킥보드도 전시했다. 직접 타볼 수도 있다. VHB 테이프의 강력한 접착 성능을 보여준다. 방진 마스크와 KF94 마스크, 마스크 필터, 수세미, 각종 산업용 단열재와 흡착제, 테이프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도 전시됐다. 디스플레이 소재·시스템 솔루션(Display Materials and Systems Solution)부스에는 3M 접착 솔루션이 적용된 TV와 노트북 디스플레이,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재귀반사 표지판, 듀얼락 등을 전시했다. 디스플레이 제품의 경우 저전력 설계와 발열 안전성, 색감 등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3M 디스플레이 솔루을 적용해 제품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재귀반사 표지판은 스마트폰 후레시를 켜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빛을 쏘는 방향으로만 빛을 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안전 솔루션(Personal Safety Solution)부스에서는 산업용 방진 마스크와 방독면을 비롯해 각종 방진복과 방호복, 실험복, 안전조끼, 안전화 등 공장이나 사업장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용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심지어 높은 현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블럭 장비도 있다. 천천히 당기면 길게 늘어나지만 일정 무게가 갑작스럽게 가해지면 제동이 가해져 추락을 방지하는 장비다. 자동차 솔루션(Automotive Solution)부스에는 자동차 선루프와 범퍼, 보닛에 부착되는 엠블럼, 실내 디스플레이, 전면 윈드실드 등이 전시돼 3M의 접착 솔루션이 자동차의 다양한 부품에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선루프가 있는 자동차 루프를 산업용 벨크로 제품인 듀얼락으로 고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 각종 차량 내부 배선을 고정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테이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 영역에서는 접착이 크게 필요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셀을 배치하거나 셀로 이뤄진 모듈과 모듈을 장착할 때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필수라고 한다. 한국3M은 셀을 배치할 때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 전도를 관리하는 기술을 갖춰 열 폭주를 지연하는 솔루션을 배터리 업체에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3M이 개발한 글래스버블(Glass Bubbles)은 고강도 저밀도의 속이 빈 작은 구슬들이 액체처럼 보이는 신기한 물질로 전기차 배터리의 갭필러 등을 비롯해 사출 성형 부품과 언더코팅에도 적용해 무게를 줄이면서 단열 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각형 배터리 셀 모형과 원통형 배터리 셀 모형을 배치해 관련 기술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건설자재용과 전자제품 및 에너지, 헬스케어 등과 관련된 소재 및 접착 솔루션 적용 제품을 전시한 부스를 운영한다. 대중에 오픈된 시설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기술과 제품을 직접 만져보거나 체험할 수 있어 공대생이나 업계 관계자에게는 유익한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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