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永泰 기자」 PC는 빠르다. 80년대말 XT컴퓨터를 사용한다면 앞서가는 편이었다.
그러나 불과 7,8년만에 XT기종은 고물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87년을 한국의 「컴퓨터 원년」으로 본다. XT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89년 AT, 91년 386, 93년 486, 95년 펜티엄시대를 거쳐 97년 펜티엄프로PC로
PC역사를 요약한다.
그동안 PC의 처리속도는 30배 이상 빨라졌다. 프로세서의 내부 주파수 속도가 87
년 4.77M㎐에서 1백50M㎐로 급신장한 것. 여기에 여러가지 속도향상기법을 곁들여
느낌으로 말하면 10년전 XT시대보다 최소한 50배 이상 빨라졌다고도 한다.
모양 또한 변했다. 최근 멀티미디어 열풍때문에 △16MB주메모리 △플로피디스크 2
개 △15인치 컬러모니터 △1.2기가바이트(GB) △하드디스크 △음악카드 △10배속CD
롬 드라이브를 갖췄다.
88년부터 일부 고급 기종에만 한정적으로 채택됐던 하드디스크가 이제는 기본사양
이다. 저장용량도 89년 10MB에서 91년 40MB로 늘었고 93년 1백MB 94년 2백50MB에서
이제는 기가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1.2GB가 많이 팔린다. 프로그램 덩치가 커
졌기 때문이다.
「윈도95」 「한글프로」 「넷스케이프」 등 기본으로 깔리는 것만 따져도 3백MB
를 넘는게 보통이다. 80년대말 「보석글」 「TG에디터」 「노턴에디터」 「워드스타
」 등 입력기 수준의 초보적인 워드프로세서와 「로터스1―2―3」 「디베이스」의
업무용프로그램을 모두 설치해도 1∼2MB면 충분했다. 여기에 비하면 프로그램 덩치
가 무려 2백배 이상 커진 것.
모뎀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통신환경도 달라졌다. 89년 국내에 PC통신서비스가
등장했을때 유일하게 구할 수 있던 것이 2천4백 모뎀. 93년 팩시밀리기능과 모뎀기
능을 통합한 팩스모뎀이 등장하면서 4배 빠른 9천6백 고속통신시대를 맞이했다. 지
금은 3만3천6백급 모뎀이 기본. 모뎀을 설치한 사용자도 89년 3%에 불과했으나 최근
에는 전체의 6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C의 고급화가 급진전하면서 메모리용량도 늘었다. 메모리가 크다는 것은 데이터
를 꺼내 처리하는 작업대가 넓다는 것. 87년 2백56KB였던 메모리용량은 올해부터는
16MB가 기본이다. 무려 64배나 늘었다.
컬러모니터를 단 PC가 등장한 때는 91년. 그해부터 1MB의 메모리와 컬러모니터를
설치한 386SX기종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누적 PC보급대수가 2백만대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