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 11]적조 해롭기만 한가

  • 입력 1996년 10월 21일 20시 54분


적조(赤潮)현상은 이제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우리나라 근해에서도 빈번히 나 타나고 있는 것이다. 적조는 해수 표층수(表層水)의 수온이 높은 여름철에 물속에 있는 무기영양분 중 에 특히 인산염과 질산염이 갑자기 증가할 때 생긴다. 이때 물속에 살고 있는 식물 성 플랑크톤중 2개의 편모(鞭毛)를 가진 쌍(雙)편모 조류(藻類)가 폭발적으로 증식 을 일으켜 나타나는 게 적조현상이다. 쌍편모 조류의 폭발적 증식이 물을 적갈색 또는 핏빛으로 변하게 한다. 붉은 색을 띤 쌍편모조류는 강력한 신경독소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죽는 것이다. 그러나 조개 굴 그리고 홍합 등은 이 독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을 내부에 축적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사람이 먹게 되면 조개중독에 걸릴 수 있는데 증 상이 심하면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 적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들어오는 민물의 인산염과 질산염을 줄여야 한 다. 적조가 발생하면 황산동(黃酸銅)을 뿌려 쌍편모 조류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화학적 방법은 2차적 환경오염을 부르는 등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타깝지만 수온이 낮아져 자연소멸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쌍편모 조류는 다른 식물성 플랑크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수중생태계에서 먹이 사슬의 가장 밑바닥을 이룬다. 이때문에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 이들 조류중 대부분은 단세포로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생활하지만 상당수는 더 큰 생물체와 공생하면서 살아간다. 특히 산호 속에는 이 조류가 1㎣에 약 3만개가 들어 있어서 산호초 형성시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또한 쌍편모 조류는 열대지방의 바다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저녁시간에 해변에서 카누를 타면 노를 저을 때마다 마치 바닷물이 작은 무지개를 뿜어내는 것같이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놀라며 신기한 광경에 환호한다 . 이것은 바로 쌍편모 조류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자연은 모든 생물체의 공존을 위한 공간이다. 인간 중심으로 생물체를 필요한 것 과 불필요한 것으로 구별하는 일은 어리석은 행동일지 모른다. 말하자면 쌍편모 조 류가 적조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홍 영 남 (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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