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신경관 결손이라 하여 무뇌아(無腦兒)와 척추결함을 가진 신생아가 1천명당 4∼5명꼴로 태어난다. 미국에서는 1천명당 1명, 일본에서는 1천5백∼3천명당 1명꼴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통계가 없지만 일본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기형아검사란 70년대초 영국에서 신경관 결손을 가진 아이를 낳은 산모의 혈청에서 태아알파단백의 수치가 높았던 것에 착안해 집단검진을 함으로써 시작됐다.
지난 84년 다운증후군 아이를 분만한 산모의 혈청에서 태아알파단백의 수치가 정상보다 낮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태아알파단백은 신경관결손과 다운증후군 두가지 기형아검사에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비결합성 에스트리올과 인융모 자극호르몬이란 두가지 호르몬을 이용한 검사를 더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기형아검사를 할 때 이 세가지 검사를 함께 한다.
기형아 검사는 임신 16∼18주에 하는 것이 적당하다. 기형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확률은 4∼5%. 그러나 양성으로 판정된 임신부중 신경관 결손이나 다운증후군으로 최종 진단받는 경우는 1%에 불과하다.
기형아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대학병원의 산부인과를 찾아 더 자세한 검사를 해봐야 한다. 이곳에서는 양수검사나 초음파검사를 통해 신경관결손이나 다운증후군을 90%이상 판별해낸다.
드물기는 하지만 기형아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신경관결손이나 다운증후군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왜 확실하지 않은 기형아검사를 모든 산모에게 실시하는가. 그 이유는 정밀검사 과정에서 희생되는 태아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운증후군 발생빈도는 8백명당 1명꼴. 그러나 다운증후군을 알아내기 위한 양수검사 과정에서 2백명당 1명꼴로 유산이 된다. 다운증후군 1명을 진단하기 위해 정상 태아 4명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의료비용 측면에서도 모든 임신부에게 양수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그래서 기형아검사는 정밀검사가 필요한 임신부를 가려내기 위한 예비검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산부인과에서 기형아검사를 해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내 아기가 기형아구나」하고 믿어버리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정밀검사를 받기도 전에 낙태수술로 어이없이 희생되는 태아가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진짜 기형아는 기형아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받은 임신부의 1% 이하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02―760―3744
<전종관: 서울대교수 산부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