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를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치약은 우리 건강의 파수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은 색깔도 아름답고 향기와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플루오르라는 낯선 물질도 들어 있는 치약이 개발돼 충치 예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플루오르를 일본에서 「불소」라고 부르기 때문에 우리도 엉겁결에 불소라고 부르고 있지만 학계에서의 정식 명칭은 플루오르다. 플루오르는 바닷물에 1.3PPM 정도 들어 있다. 사람의 몸에도 2.6g 정도 있다. 지구에서는 13번째로 많은 원소다.
과인산 비료의 원료인 인회석(燐灰石)에 주로 포함된 플루오르는 인공 장기와 주방 용기 코팅에 쓰이는 테프론이라는 고분자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우라늄의 농축―야금―알루미늄 제련에도 쓰이는 유용한 원소다. 그런 플루오르가 충치 예방에도 대단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치아의 겉부분은 탄산칼슘과 수산화인회석이라는 물질로 된 단단한 에나멜로 덮여 있다. 이 에나멜은 치아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의 당분이 박테리아에 의해서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 산(酸) 때문에 손상된다. 바로 치아가 썩는 것이다.
또 음식물 찌꺼기와 죽은 박테리아가 단단하게 뭉쳐지고 여기에 침에 섞인 미네랄이 합쳐지면 단단한 치석이 된다. 치석은 잇몸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충치와 치석이 생기지 않도록 음식 찌꺼기를 닦아내는 치약은 모래와 같은 성분인 실리카나 알루미나 또는 탄산칼슘과 같은 물질을 곱게 만든 연마제에 세척제와 각종 식용 물감 향료 감미료를 혼합한 것이다.
치약에 플루오르화 주석이나 플루오르 인산 나트륨을 넣어주면 소량의 플루오르 이온이 만들어진다. 이 플루오르 이온은 수산화 인회석의 수산기 자리에 끼여들어가서 더 단단한 플루오르화 인회석을 만든다. 이 때문에 충치가 예방되는 것이다.
피로인산 나트륨을 첨가하면 미네랄이 쌓이는 양이 줄어 치석 생성도 적어진다. 박테리아를 없애기 위해서 치약에 과산화물과 같은 살균제를 첨가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치약에도 이렇게 복잡한 화학이 숨어 있다.
플루오르 이온을 식수에 직접 넣기도 한다. 수돗물에 1PPM 정도의 플루오르 이온을 넣으면 충치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식수에 플루오르 이온이 4PPM 이상 있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아무튼 플루오르 덕분에 이제는 충치가 사라지고 잇몸 질병이 더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화학이 인류에 기여한 결과라고 할까.
이덕환 (서강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