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炳熙기자」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은 몇종류나 될까.
이 땅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 농작물은 모두 4천71가지이며 이 가운데 꽃이나 농작물처럼 기르는 식물은 4백31종,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특산식물은 5백76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강원대 자연대 이우철교수(식물분류학)가 펴낸 「한국식물명고(韓國植物名考)」에서 밝혀졌다.
「한국식물명고」는 국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것으로 확인된 모든 관속(管束)식물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고 설명을 달아 분류한 2천3백83쪽의 방대한 저서.
관속식물이란 줄기에 물을 빨아올리는 조직을 가진 고사리 이상의 고등식물로 주변에서 흔히 보는 풀이나 나무가 여기에 속한다.
이 저서가 학계의 주목을 끄는 것은 식물분류기준이 되는 국내외의 기준식물표본을 찾아 1만여장의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류체계를 세워 책을 만들었기 때문.
식물분류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일본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등이 30∼40년전에 제시한 분류체계를 그대로 써와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교수는 『우리나라 식물표본실의 기준표본은 6.25동란때 대부분 소실된데다 남북분단으로 수집이 어려워 새로운 식물이 채집되어도 주로 일본의 표본실에 가서 비교검토를 해야 했다』며 『새로운 분류체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관속식물을 총정리해 외국에 가지 않아도 새로운 식물을 쉽게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저술작업을 위해 이교수는 84년부터 1년간 일본의 도쿄대 교토대 일본과학박물관에 들어있는 3백만장 이상의 식물표본을 낱낱이 뒤져 한국산(북한 포함) 식물표본 6만1천여장을 정밀 조사했다.
학계에서는 이 저서의 출간으로 식물백과사전격인 한국식물지(韓國植物誌) 간행작업이 한걸음 앞당겨지게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교수는 또 식물명고를 바탕으로 2천9백57종류의 식물을 수록한 「원색 한국기준식물도감」도 함께 발간, 이름과 일치하는 기준식물의 정확한 실제 모습을 알 수 있게 했다.
이교수는 『이번 책 출간에서 얻어지는 수익금 일부를 은사인 정태현박사를 기리기 위한 하은(霞隱·정박사의 호)생물학상 기금으로 쓸 예정』이라며 『여러 학자들과 협동으로 한국식물지 간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