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엄동설한을 어떻게 견뎌낼까. 겨울철 낮은 온도는 동물의 체내 대사과정을 낮추어 체온을 더욱 떨어뜨리므로 자칫하면 목숨을 위태롭게도 한다.
동물이 체온을 조절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몸 내부의 에너지를 대사하는 과정을 통해 열을 만들어 내 체온을 유지하는 내온성 조절이 있고 외부의 열을 흡수하여 체온을 얻는 외온성 조절이 있다.
내온성 동물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의 원천인 음식물을 자주 먹을 수밖에 없다.
내온성 동물은 체온의 변화에 잘 견디지 못한다. 체온이 너무 떨어지거나 올라가면 목숨이 위태롭다.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두꺼운 지방층을 형성하거나 길고 거친 보호털로 체온을 보호한다. 인간은 내온성 동물이지만 온도변화에 대해 체온조절이 잘 안되므로 난방장치없이는 겨울을 나기가 매우 힘들다.
반면에 외온성 동물의 장점은 대사에 드는 에너지비용이 적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물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사람처럼 난방이나 냉방장치가 필요없다.
그러나 외부의 열에 의지하므로 밤이나 겨울에는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외온성 동물 중 꿀벌은 추운 날 떼를 이루어 열을 모으고 더운 날에는 물을 날라다가 날개로 부채질을 해서 벌통의 온도를 낮춘다. 도마뱀은 태양열로 체온을 조절해야 하므로 햇빛에 따라 이리 저리 적절한 곳을 찾아 움직이며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외온성 동물들 중에는 겨울에 자동차 라디에이터가 얼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액을 채우듯이 체액 속에 부동물질을 갖고 있어서 세포가 어는 것을 방지한다. 기생말벌류의 어떤 종은 몸 속에 글리세롤 농도를 높여 체액의 빙점이 약 섭씨 영하 17도가 되게 하며 남극해에 사는 물고기는 당단백질을 부동물질로 이용해서 체액이 어는 것을 방지한다.
개구리 뱀 도마뱀과 같은 양서류나 파충류는 겨울에 온도변화가 적은 땅 속에서 겨울을 나고 곰 박쥐 고슴도치는 거의 가사상태에서 겨울을 넘긴다. 겨울잠은 추위와 먹이부족에 적응해서 생긴 생리현상이다.
삶을 위해 잠을 잘 수밖에 없는 동물을 자신의 보신을 위해 마구 잡는 동물이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들이야말로 겨울잠을 자야 하지 않을까.
홍 영 남<서울대교수·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