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우리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면서도 기온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다.
물이 갖는 물리학적 성질 특히 열(熱)적 성질 때문이다. 우선 물의 비열에 대해 알아보자.
물은 아주 큰 비열(단위 질량당 열용량)을 갖는다. 즉 물은 잘 데워지지도 않고 잘 식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물 1g을 섭씨1도 올리는 데는 열량이 1㎈ 든다. 보통 다른 물질은 이보다 작은 열량이면 된다. 즉 비열 값이 작다.
물이 큰 비열을 갖는 원인은 물이 극성을 띠고 있는 분자이기 때문이다. 즉 물 분자가 한 쪽은 +, 다른 쪽은 ―전기를 띠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전기적인 힘으로 서로 밀고 끌어 당겨 결속력이 강한 집합체를 이루는 것이다.
물의 비열이 크다는 사실은 우리 일상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바닷가나 큰 호숫가에서는 기온의 일교차(하루중 가장 높은 기온과 가장 낮은 기온의 차)가 내륙에서 보다 작다. 즉 물 때문에 잘 데워지지도 않고 잘 식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 햇볕이 있는 낮 동안에는 내륙 쪽이 바다나 호수보다 먼저 데워진다. 따라서 육지의 공기가 더 많이 팽창하고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가 버리고 그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물에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게 된다.
밤에는 그 반대로 내륙 쪽이 바다나 호수보다 빨리 식어서 물위의 공기가 육지의 공기보다 가벼워 육지에서 물쪽으로 바람이 불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경계 부근에 있는 나라는 계절풍이 큰 영향을 미친다. 겨울철에는 대륙쪽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기 때문에 해양쪽의 공기가 상승하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대륙에서 해양 쪽으로 바람이 분다. 즉 겨울철에는 북서풍이 부는 것이다.
물이 적은 사막 지역에서는 햇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매우 덥고 밤에는 매우 춥다. 그러나 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그리 크지 않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물의 비열이 크다는 것에 기인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의 비열이 크다는 한가지 사실로 여러가지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 인 상<이화여대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