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永泰기자」 엑스포과학공원 가는 길에는 이정표가 없다. 대전시내를 잇는 버스노선도 뜸하고 전세버스가 드나들 마땅한 회차로 하나 없다.
93년 대전엑스포 개최 당시 26만평 규모의 부지에 가득찬 첨단시설로 세계인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던 이곳은 요즘 찬바람이 감돌고 있다. 이듬해 8월 과학공원으로 새로 문을 연지 2년여만에 엑스포공원을 찾는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엑스포공원의 위기는 관람객 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다시 문을 연 94년에는 그해 연말까지 하루 1만4천명이 방문했다. 작년엔 8천7백명씩 이곳을 찾았다. 요즘에는 6천명을 넘기기 힘들다.
엑스포공원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관람객의 객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철도역이나 직행버스편이 없기 때문에 전세버스로 찾아오는 단체관람객이 주종을 이루지만 인근에 묵을 방이 없다. 관람객을 받아들이려면 적게 잡아도 방이 5천개 정도가 필요하지만 인근 유성온천을 통틀어야 2천7백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학생층인 관람객들은 묵을 곳이 없어 두시간 가까이 떨어진 공주 부여 등지에서 숙박한 후 이곳을 찾는다. 대전시민조차도 시내에서 운행하는 버스노선이 1,2개에 불과해 승용차가 없으면 찾기가 힘들다.
또 소유와 운영을 분리해 놓은 이중구조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소유는 정부(엑스포기념재단)가, 운영은 민간기업(엑스피아월드 등 9개 업체)이 맡고 있다. 공익을 견지하는 재단측과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 사이에서 공원전시물은 갈팡질팡이다.
엑스포공원 운영주체인 「엑스피아월드」는 94년과 95년 1백23억원의 누적적자에 올해 1백억원의 추가적자를 예상한다. 볼거리인 모노레일도 운행을 중지했다.
통상산업부측은 최근 『과학공원을 개선하려면 교통 숙박시설 등 초기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며 자본 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자본이 풍부한 사업자가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다. 미디어밸리같은 첨단단지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