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도 1월의 공기가 살갗을 에는 것처럼 시리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기는 78%가 질소이고 20%는 산소이며 나머지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등으로 되어 있다. 질소와 산소는 그 크기가 1억분의 3㎝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분자들이 공중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온에서 산소와 질소 분자는 1초에 약 4백m에 가까운 속도로 돌아다닌다. 시속 1천4백㎞가 넘는 엄청난 속도다. 공기 중에서 음속이 3백40m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기압에서 산소와 질소 분자들은 1초에 서로 40억번씩 충돌한다.
공기의 분자들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바삐 움직인다. 온도는 기체 분자들이 가지고 있는 평균 운동 에너지를 나타낸다. 모든 분자들이 에너지를 잃고 움직이지 못하면 「절대온도 0도」라고 한다. 물이 어는 섭씨0도에서도 상당한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물이 끓는 1백도에서는 이보다 40% 정도 더 많은 에너지를 갖는다.
공기 속의 분자는 벽이나 다른 분자와 충돌하면서 서로 에너지를 교환한다. 그런 충돌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던 분자가 손해를 보면서 공평하게 서로 에너지를 나누어 갖는 것이 분자 세계의 일반적인 원칙이다. 그래서 뜨거운 공기 속에 에너지를 적게 가진 차가운 공기를 불어 넣으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모든 분자의 에너지가 조금씩 줄어든다.
같은 방식으로 온도가 낮은 공기가 37도의 살갗에 닿으면 공기의 분자가 살갗에서 에너지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무더운 여름에 바람이 불면 땀이 증발하기 때문에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다르다.
분자는 너무 작아서 한번 충돌하는 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한방울의 낙수(落水)가 바위를 뚫는 것처럼 「아보가드로 수」라는 엄청난 양의 공기 분자가 계속 우리 살갗에 충돌하면서 에너지를 빼앗아가면 살갗이 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덕 환<서강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