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조선 정보캠페인]경쟁력 막는 고비용 통신료

  • 입력 1997년 1월 19일 19시 43분


우리나라 전화 가입자는 「4중부담」을 안고 있다. 전화 한 대를 쓰기 위해 3종류의 비용에다 덤으로 세금도 내야 한다. 처음 전화를 들여놓을 때 24만원의 전화설비비를 낸다. 전화를 쓰든 안쓰든 연간 3만원의 기본료를 부담한다. 그리고 나서는 시내전화의 경우 3분에 41원60전의 사용료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화세가 사용료의 10%만큼 보태진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는 부가세가 없지만 정보통신사회의 기본 도로 역할을 하는 전화에는 세금이 붙는 꼴이다. ▼ 선진국 정액제 많아 ▼ 전화설비비는 처음 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 전화선을 집안에까지 끌어오는 비용. 이제 우리나라에 전화선이 닿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전화설비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환기가 자동화되고 기본통신망도 이미 갖춰진 상태여서 통화량에 따라 비용이 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용량에 따라 꼬박꼬박 요금을 받는다. 미국의 일부 통신회사들은 통화량에 상관없이 월 30달러의 시내전화요금을 받고 있으며 일본 영국에서도 정액제를 채택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 시외전화료 최고수준 ▼ 시외전화쪽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시외전화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시내전화값은 올리고 시외전화값은 내렸지만 여전히 시내전화와 1백㎞이상 떨어진 시외전화의 요금 격차는 6.7배 정도. 같은 기준에서 미국과 영국은 1.4배, 독일과 호주는 3배 정도다. 정보통신의 좋은 점은 거리 차이를 뛰어넘는다는 것. 이웃집에 전화하거나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같은 느낌이듯이 전화를 연결하는데 드는 비용도 이제는 비슷하다. 기술진보로 거리에 따라 덧붙여야 하는 전송중계장비 등의 부가 장치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가느다란 광섬유 한가닥으로 3만명 이상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등 기술혁신으로 국제통신용 해저케이블 회선당 원가는 30년동안 1천분의 1로 내려갔다. 우리나라보다 국토가 1백배 정도 큰 미국에서 지난해 9월부터 거리에 상관없이 같은 장거리전화요금을 받는 것도 통신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비싼 시외전화요금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활용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각종 정보통신망에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이 지방에는 부족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시외전화요금을 물고 서울에 있는 PC통신망에 연결해야 한다. 회선도 부족하고 연결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외전화요금을 내고 전자 우편 하나를 보내야 한다면 「정보화」는 헛된 구호일 뿐이다. 국제전화요금도 비싸기는 마찬가지. 한국통신이나 데이콤의 국제전화요금은 원가의 1.8배 수준으로 세계 평균 1.3∼1.4배보다 높다.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전화 1분 통화에 들어가는 데이콤의 영업비용은 1.48달러로 스웨덴의 18배, 덴마크의 5배에 달한다. 이미 실제로 우리나라에 상륙한 미국 통신재판매 회사들의 국제전화 콜백서비스 요금은 우리보다 평균 20∼30% 정도 싸다. 몇가지 법률로 외국국제전화 회사들의 국내상륙을 막고 있지만 그 봇물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 가격비해 성능 뒤져 ▼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주고 받는데 쓰라고 만들어 놓은 전용통신망도 제값이상을 받는다. 한국통신에서는 014이용요금을 시내전화요금보다 30%정도 싸게 하고 있으나 회선수가 부족하고 속도도 느려 가격대 성능비는 오히려 시내전화보다 못한 셈. 비싼 정보통신 요금은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병을 더 깊게 하고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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