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錫珉기자」 「너희가 컴퓨터를 믿느냐」.
회사원 C씨는 최근 커다란 낭패를 겪었다.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파일 하나를 날려 버린 것이다. 이 파일에는 회사에서 계획중인 중요한 프로젝트의 얼개가 담겨 있었다.
C씨는 부서에서 함께 사용하는 데스크톱 컴퓨터를 뒤지고 또 뒤졌지만 찾는 파일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결국 기억을 되살려 처음부터 다시 문서를 작성해야 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마 부서원 가운데 하나가 작업을 하다가 잘못 건드렸을 거란 막연한 추측만 할 뿐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못보도록 비밀번호를 지정해 놓았지만 통째로 사라지는 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컴퓨터에 보관했으니 안전하겠지」라고 믿었던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난 다음부터 C씨는 컴퓨터로 파일을 작성해도 반드시 종이로 출력해서 서랍에 보관한다.
서랍을 자물쇠로 잠그는 것은 기본이다. 그는 『손에 잡히지 않는 파일 형태로 보관하고 마음을 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그는 입버릇처럼 「컴퓨터라는 게 결코 믿을 게 못된다」고 중얼거린다.
국내의 한 인터넷서비스업체에 근무하는 J씨. 그는 하루라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잡힌다. 흔히 말하는 「인터넷 중독증」이다.
그의 일과는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에게 온 전자우편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해 퇴근 시간까지 온종일 인터넷을 헤집고 다닌다.
단 한순간이라도 인터넷을 뒤져 「유익한」 정보를 찾지 않으면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헤아릴 수도 없는 다수의 정보를 헤집고 다니는 J씨에게 24시간은 너무나 짧다.
잠시의 틈도 그에게는 금쪽같은 시간이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일을 직업으로 택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돌아보면 한숨만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태평스럽게 사는지 모르겠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전혀 무관심한 그들이 가련하게도 보인다. 그래서 그는 『언젠가 틈이 나면 무지한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인터넷교(敎)」를 포교하는 것에도 힘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컴퓨터. 「너희가 컴퓨터를 믿느냐」는 질문은 분명 우문(愚問)이다. 하지만 컴퓨터에 대한 불신론도 맹신론도 적당하지 않다.
커버에 덮인 채 허옇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든 주인이 온종일 그 속에 빠져 지내든 간에 극단으로 치달으면 컴퓨터는 진정 애물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