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錫珉기자] 「정리해고제」는 기업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PC통신에도 감원(減員) 바람이 분다. 각 PC통신사는 이용자가 공짜로 사용하도록 발급된 사용자이름(ID)을 주기적으로 「해고」한다.
해고 대상인 공짜 손님의 면면을 살펴보자. 우선 정보를 올려주는 정보제공업체(IP)와 각 협력업체 등이 있다. 또 경찰청 등 수사기관이나 정부부처 각종 정보통신관련협회도 공짜로 통신을 사용한다.
기관마다 1개씩 발급되는 것도 아니다. D학습지의 경우 문제를 출제해 올리는 교사 50명에게 모두 공짜 ID가 발급돼 있다. 정부기관의 경우 각 과별로 모두 ID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잡지의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ID도 공짜 손님을 대량생산한다. PC통신사마다 3천∼5천명의 이런저런 공짜 손님이 북적댄다.
「공짜」라는 생각 때문일까, 이들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분 단위로 요금이 청구되는 각종 유료 정보를 마음껏 사용한다. 이 때문에 증권 등 인기있는 정보의 경우 실제 PC통신사가 이용자로부터 받은 돈보다 오히려 IP에 줘야 하는 돈이 더 많은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보다 오히려 관리 소홀이 더 큰 문제』라는 게 업체의 공통된 지적.
공짜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쓰게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모잡지사에 지급된 취재용 ID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이 인터넷에서 해킹을 시도하다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말 각 정부부처 이름으로 게시판에 올랐던 엉뚱한 글들은 비밀번호가 노출된 탓으로 추측된다. 비밀번호를 알게된 다른 이용자가 장난삼아 정부의 이름으로 글을 올렸던 것. 문제가 됐던 기관들은 대부분 처음 개설할 때 받은 「1234」라는 비밀번호를 바꾸지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를 안해 「모두」의 ID가 「누구」의 ID도 아닌 꼴이 된 것이다.
최근 3천개의 공짜 이용자 가운데 1천명을 정리해고한 나우누리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공짜라고 해도 사용하는 동안만큼은 책임감을 가지고 ID를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