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社長행적 낱낱이 「전자史官」등장

  • 입력 1997년 2월 17일 20시 15분


[홍석민기자] 조선시대 왕의 하루하루 행적을 기록해 후세에 남겼던 사관(史官). 인터넷시대 정보통신기업에도 사관이 있다. 각 업체마다 우두머리인 최고경영자의 행적을 기록해 전달하는 사관이 활동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업체인 삼성데이타시스템(SDS)의 이조영전임(전략기획팀). 그는 사장의 주요 행차마다 그림자처럼 따른다. 오라클 AT&T 등 내로라하는 외국업체와 만나는 자리에도 그의 모습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전임은 주요 회의 내용은 물론 사장이 만나는 사람과 나눈 대화를 일일이 기록한다. 종이로 된 문서가 점차 사라져가는 인터넷시대, 이전임은 「종이와 붓」을 쓰지 않는다.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기록은 사내 전자게시판에 올려진다. 두꺼운 「왕조실록(實錄)」 대신 최첨단 「전자실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역시 SI업체인 LG―EDS시스템의 경우 정해진 사관은 없다. 그때그때 다뤄지는 내용에 따라 기록을 담당하는 직원이 달라진다. 기록된 내용은 사장 결재후 사내 전산망을 이용해 필요한 부서로 배달된다. 이 회사는 사장의 하루 일정이 사내 인트라넷인 이지워크에 개설된 사장 홈페이지에 올라지는 게 특징. 실록은 왜 필요할까. 우선 사내 정보 교류 차원에서 이뤄진다. 사장이 만나는 사람들은 정보통신계를 이끌어가는 거물들이 대부분. 이들이 나눈 대화는 일반 직원이 업계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장 개인의 기억력을 보좌해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날 경우 이전에 나눴던 대화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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