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민기자] 대학내에서 휴대용 노트북 PC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사용할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노트북 PC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충전이나 통신에 필요한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최근 노트북을 구입한 윤성준씨(27·서울대 사회과학대학원)는 『대학원생이야 아쉬운 대로 연구실에서 사용하면 되지만 학부생들은 사용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노트북을 사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충전 시설. 시중에 판매되는 노트북은 가득 충전해도 2시간 정도밖에 쓸 수 없다. 이 시간으로는 리포트 하나를 작성하기에도 빠듯하다. 다시 충전을 못하면 노트북은 편리하기는 커녕 오히려 「짐」으로 전락할 뿐이다.
노트북을 위한 통신 시설도 찾기 힘들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통신 포트가 노트북 사용자를 위해 따로 설치된 대학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선 『노트북 때문에 도서관의 「명당(明堂)」자리가 바뀌었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다. 남의 방해를 받지 않는 구석진 자리를 찾아 새벽에 등교하던 학생들이 이젠 콘센트 등 충전시설이 가까이 있는 책상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인다는 것. 부족한 시설이 문화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에 노트북 보급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각 업체가 학교와 손을 잡고 학생들을 상대로 교내 특별 판매를 실시하기 때문. 특별 판매에 나온 노트북은 시중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파격적인 값이라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대학생을 상대로 노트북을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후 불과 한달만에 예약까지 합쳐 2천대 이상의 노트북을 팔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요가 늘자 삼성 LG―IBM 삼보 등 노트북 생산업체들은 이미 대학생 대상 특별판매팀까지 꾸려 놓고 새 학기를 맞아 치열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전산원의 장상훈실장(사용자지원실)은 『노트북 컴퓨터를 가진 학생들을 위해 전산원 내에 전용 공간을 마련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예산 때문에 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