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버(독일)〓최수묵기자] 「무선으로 인터넷을…」. 19일 폐막하는 세빗97(CeBIT97)은 인터넷 등 데이터통신을 전화선 하나로 끙끙대야 하는 가입자들에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NEC, 미국의 루슨트 테크놀러지, DSC 등은 기존 전화선을 무선망으로 대체하는 신기술인 무선가입자망(WLL:Wireless Local Loop) 시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무선 인터넷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WLL은 전화국과 가정 혹은 사무실을 전화선이 아닌 무선으로 연결한다는 개념. 굳이 땅을 파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비비가 유선망에 비해 절반에 불과해 경제성이 뛰어난 새로운 정보통신 기반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동안 무선통신의 기술 수준이 불안정하고 인터넷 등 대용량의 데이터통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전화통화의 경우 1만개의 신호중 1개의 오차로도 가능하지만 데이터통신은 1천만개의 신호중 1개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될만큼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같은 한계를 극복한 무선통신 시제품이 공개됨으로써 WLL의 상용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본 NEC는 전시관의 주제 자체를 WLL로 정하고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러지는 금년초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WLL시장을 주도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막 3일째인 지난 15일 시제품을 전시관에서 처음 공개, 미국 일본과 함께 WLL 선두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본부 노갑성차장은 『당초 WLL은 주택이 흩어져 있는 농어촌 지역의 통신망 구축을 위해 개발되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도시지역에까지 그 수요가 확대돼 새로운 통신기반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통신망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도심에서도 설치비용이 적게 드는 WLL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
WLL상용화의 가장 큰 시장인 유럽의 경우 오는 2000년까지 7천만∼1억8천만 회선이 WLL로 설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한국의 경우는 약 6백만회선이 WLL로 대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