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민기자] 30일은 부활절.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속에 꼭꼭 숨겨진 「부활절 달걀(egg)」을 찾아나서 보자.
사이버 세상의 에그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안쪽에 제작자가 장난삼아 숨겨놓은 버그(결함)를 가리킨다. 「일부러」 넣는다는 점에서 흔히 보는 버그와 구별된다. 특정한 키를 함께 누르거나 화면의 일정한 곳을 클릭하면 프로그램의 진행과 전혀 관련이 없는 화면으로 바뀐다.
최근 악마의 메시지라는 의견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내비게이터의 에그가 대표적인 케이스. 내비게이터에서 로케이션 창에「about:mozilla」라고 쳐넣으면 화면 가득 성경 구절을 연상시키는 섬뜩한 내용의 메시지가 뜬다.
최초의 에그는 어떤 것일까. 공식적으로 확인된 최초의 에그는 지금부터 20년전인 지난 77년 선보인 게임기 「아타리 2천6백」에 들어 있었다.
애플 매킨토시와 아미가의 초기 모델에도 몇 가지 에그가 숨어 있었다. 이후 주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는 당연한 듯이 제작자들이 「익살」을 넣어왔다. 심지어 일반 전자계산기에까지 이런 장난이 숨어 있다.
에그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이 뜨는 것. 자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가끔 물의를 일으키는 「화려한」 에그도 없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시뮬레이션 게임 「심콥터」의 초판에 숨겨진 에그는 제작자를 직장에서 쫓아낼 정도로 「심각」했다. 매번 판을 깰 때마다 등장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여성의 모습에 화가 난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에 약간 손질을 한 것.
게이였던 그는 이 장면을 웃통을 벗은 남자가 키스해주는 장면으로 바꿔 넣었다가 그 즉시 해고당했다. 물론 다음판부터는 다시 여성이 등장하는 화면으로 돌아갔다.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에그에 대해 관대하기로 유명하다. 윈도95 엑셀 오피스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의도적인 에그가 숨어 있다. MS에 포함된 에그는 덩치가 크기로 유명하다. 가뜩이나 대용량인 소프트웨어에 에그를 집어넣는 것은 그냥 웃고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압축프로그램 「윈집」의 제작자인 니코 맥은 『에그를 만들 시간이 있으면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