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진이 등장한지 1백58년, 카메라 렌즈가 인간의 눈을 대신해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는 「사진의 신화」는 20세기 문명사를 관통해 왔다. 그러나 신화는 깨졌다. 이제 사진도 거짓말을 한다.
컴퓨터 기술에 힘입은 디지털 이미지의 등장. 합성 수정 확대 축소 삭제 변형기법이 자유자재로 쓰여지면서 「순수 사진」과 구분되는 허위 환상 허구의 화상이 쏟아져 나온다. PC와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조작해 낸 이미지를 빠르고 쉽게 전세계에 전파할 수 있다.최근 국내 출간된 「디지털 이미지론」(아이비스 코퍼레이션간·20,000원)은 멀티미디어 시대의 시각적 진실을 향한 본격 탐구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사진조작 원리와 그에 따라 빚어지는 사회 문화 윤리적 파장을 심도있게 다뤘다.
디지털 이미지란 전통적인 회화 양식과 종전 아날로그 사진의 특성을 절묘하게 결합해 시뮬레이션으로 꾸며냈다. 여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디지털 이미지의 출현은 개성의 발현과 상상력 확대라는 측면에서 환영받을 만한 요소가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인류는 이제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상들을 마음먹은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됐다. 미국 MIT 건축대학 학장인 저자 윌리엄 미첼은 『기존 사회체계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도 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창출된 이미지가 진실 왜곡에 악용될 경우의 폐해는 너무 커 보인다. 실제로 이미지 조작 수법은 기술발전 속도에 발맞춰 점점 더 치밀해지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사이버 시대를 맞이하는 인류 문명의 고민은 그래서 절박하다.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