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망이 실타래처럼 엉켜 갖가지 부작용이 파생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마다 따로 따로 국제회선을 연결해 다른 나라보다 비싼 값을 주고 인터넷을 쓰는데다 속도마저 느리다. 한국병으로 일컬어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인터넷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한국통신 데이콤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아이네트 한솔텔레콤 등 모두 13곳. 이들은 256K부터 16까지 국제회선을 미국 업체와 따로 따로 연결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3개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통해 45 고속회선 하나를 미국과 연결해 나눠 쓰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제회선을 따로 쓰면 각자 회선비용을 물게돼 국가 전체적으로는 같은 용량의 회선을 써도 돈은 더 많이 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가장 많이 쓰는 T1(1.544)의 경우 월 사용료는 6천만∼7천만원선. T1회선 속도의 28배인 T3(45)은 7억원 정도다. 용량은 28배지만 값은 10배 정도 비쌀 뿐이다. 국제회선을 함께 쓰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유는 회선값이 용량에 비례해서 올라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한 이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국내 업체들이 각자 국제회선을 구축한 것은 지난해 촉발된 인터넷 과당경쟁 때문. 급하게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회선 연결을 서두르면서 너도나도 몰려들어 국제회선의 값만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또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해 느린 국제회선을 붙임에 따라 인터넷 사용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 낱개의 국제회선이 느리면 국내 정보통신망이 빠르더라도 태평양을 넘어가면서 병목현상을 일으켜 전체 인터넷 속도를 떨어뜨린다.
한국통신과 데이콤은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오는 5월부터 T3급 고속 국제회선을 미국과 연결해 국내 인터넷 업체와 나눠 쓰기로 했다. 인터넷 회선 재판매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3∼5년 단위로 미국 회사와 국제회선 사용계약을 한 일부 업체들은 사용료의 3∼4배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공동 인터넷망으로 옮겨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남보다 앞서가려는 과욕 때문에 엉키기 시작한 국내 인터넷망을 곧게 펴 바로잡는 데는 앞으로도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