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CGI는 아직 태동기라 할 수 있다. 지난94년 「구미호」라는 야심작을 내보였지만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은 『무슨 특수효과가 저 정도야』라고 코웃음쳤다.
최근까지 컴퓨터그래픽을 비교적 많이 사용한 영화는 「은행나무 침대」 「귀천도」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관련 업체도 아직 이합집산을 계속하며 자리찾기를 하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을 하는 회사는 많지만 영화의 CGI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회사는 「LIM」 「미디아트」 「01」 「비손텍」 「DGFX」 등 10개미만. 이들도 영화의 수요만으로는 부족해 CF와 방송의 컴퓨터그래픽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만 6백∼7백명이 있고 세트나 미니어처를 제작하는 파트까지 함께 갖고 있는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
「은행나무 침대」와 「지상만가」를 연출한 강제규감독은 『영화의 특수효과는 좋은 장비나 뛰어난 컴퓨터기술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영화의 특수효과는 대부분 실사와 미니어처 세트 컴퓨터그래픽의 조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 분야의 유기적 연결이 필수적인데 한국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 「은행나무 침대」에는 19억원의 제작비를 썼는데 그중 4억원이 컴퓨터그래픽에 들어갔다. 그것도 제작비 때문에 「싼 것」만 찾아 마음대로 상상을 펼칠 수조차 없었다는 것이 강감독의 말이다.
더구나 움직이는 카메라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모션 컨트롤」같은 기계는 3억∼10억원을 호가해 1년 영화관련 매출이 2억∼3억원인 영세 CGI업체는 기계조차 들여놓을 수없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전망은 밝다는 것이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고스트 맘마」 「미지왕」 등의 컴퓨터그래픽을 담당한 LIM의 이재홍국장은 『국내 CGI기술은 상당한 수준』이라며 『영화와의 접목이 과제』라고 말했다. 영화관련 시장도 94년 3억∼4억원에서 올해는 15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연수기자〉